미쓰오카 오로치(光岡 オロチ)는 일본의 수제작 자동차 제조사 미쓰오카에서 출시한 '패션 슈퍼카' 입니다. 오로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1년 도쿄모터쇼입니다. 미쓰오카는 대부분의 차종을 양산차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데, 처음 공개된 오로치 콘셉트 역시 혼다 NSX를 기반으로 외형을 바꾼 차량이었습니다.

 

 사실 2001년 공개 당시의 오로치는 양산할 계획이 전혀 없는 순수한 디자인 스터디 콘셉트였는데, 2003년 도쿄모터쇼에서 자체 제작한 프레임을 적용한 오로치를 선보이며 양산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마침내 2005년 도쿄모터쇼에서는 오로치 누드 톱이라는 컨버터블 모델을 공개하면서 오로치를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오로치는 당초 400대 한정으로 생산될 예정이었지만, 2014년 9월 '오로치 파이널'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종료되면서 총 140대가 판매되었습니다. 국내에는 단 한대가 존재하는데, 오늘 소개해 드리는 차량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오로치라는 이름은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가 8개 달린 뱀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오로치의 외형은 별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뱀'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그릴, 먹이를 쏘아보는듯한 헤드라이트, 비늘을 연상시키는 후드 등 집요할 정도로 '오로치'라는 이름을 그대로 표현한 모습입니다. 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처럼, 오로치의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립니다. 

 

 

 미쓰오카는 오로치의 성격에 대해 '패션 슈퍼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오로치는 슈퍼카급의 성능을 가진 차는 아닙니다. 엔진은 토요타 3MZ-FE를 탑재하였는데 이 엔진은 토요타의 전륜구동 대형 세단에 적용되는 엔진으로 성능은 233마력에 그칩니다. 변속기 역시 수동 모델이 아예 없고 자동 5단만 존재해서 스포츠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 패키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형 세단 엔진을 탑재한 이유는 미쓰오카 오로치가 지향하는 목표가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안한 슈퍼카'였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나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진 슈퍼카들과 달리 오로치는 각종 편의 장비를 대거 탑재하였고, 비교적 부드러운 세팅의 서스펜션에 버킷 시트도 푹신하게 처리되어 있는 등 편안함을 중점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보통 슈퍼카들은 수납 공간이 거의 없지만 오로치는 시트 뒤에 화물을 보관할 수 있고 엔진 뒤에 트렁크도 있습니다.

 

 

 당초 NSX를 기반으로 개조하는 형태였던 것에 반해 실제로 출시된 차량은 자체 개발한 튜블러 스페이스 프레임을 사용했습니다. 강렬한 외형과 낮은 출력의 엔진 탓인지 오로치의 차체 성능에 대해 언급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오로치의 차체 설계는 슈퍼카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오로치의 튜블러 스페이스 프레임은 페라리 512 TR을 참고로 개발된 것이며, 서스펜션 역시 전후 모두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튜블러 스페이스 프레임은 충돌시 충격 흡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 단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충돌 흡수 장치 '크래쉬박스'를 장비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수제 스포츠카의 출시를 꿈꾸는 업체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자동차 제조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실제 출시에 성공한 차량은 많지 않습니다. 70년대 일본 최초의 소량생산 수제 슈퍼카를 꿈꾼 '도무 제로(童夢-零)'는 일본내 장벽을 피해 해외에서 출시를 하려다 결국 무산되었고, 소형 스포츠카인 '토미카이라 ZZ(TommyKaira ZZ)'는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의 파산으로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토미카이라를 인수한 오토박스(Autobacs)가 제작한 '가라이야(Garaiya)'도 양산 직전에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본내 상황 속에서도 무사히 출시에 성공한 미쓰오카 오로치는 출시 성공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