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 대부분이 장비하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전자제어 장비입니다.

그만큼 친숙한 전자장비인 이 ABS는 대체 어떻게 그 효과를 발휘할까요?

오늘 보배드림이야기에서는 ABS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BS의 역사

 

ABS는 프랑스의 자동차, 비행기 개발자 가브리엘 브와쟁(Gabriel Voisin)이 개발한 것입니다.

처음 ABS가 적용된 것은 1929년으로, 적용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기였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할 때 브레이크 잠김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명된 것이었습니다.

비행기에 ABS를 도입함에 따라, 테스트 결과 약 30%의 제동력 향상을 기록했고,

타이어가 터지거나 불타는 것을 막는 장점도 있었다고 합니다.

 

ABS를 개발한 가브리엘 브와쟁

 

1958년, 로얄 엔필드는 모터사이클에 ABS를 적용하는 테스트를 합니다.

테스트 결과 ABS시스템은 모터사이클 사고를 막는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부분의 실험 결과 제동 거리가 약 30%정도 감소했고,

특히 미끄러운 표면에서 효과가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것이 테스트에서 그치고 실제 양산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

 

이후 1960년대 퍼거슨 P99 레이싱카, 젠슨 FF, 포드 조디악 등에 탑재되었지만,

비싼 가격과 복잡한 구조 때문에 대중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벤츠 S클래스 등 대형 고급차 위주로 보급되었고

국내에서는 1989년 대우 임페리얼에 최초로 ABS가 장착되어 출시되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ABS를 장착한 대우 임페리얼 광고.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대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현재는 소형차나 모터사이클에도 장착될 만큼 대중화 되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로 유럽 연합에서 출시되는 모든 차에 ABS장착이 의무화되었고,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신차에 ABS장착이 의무화되었습니다.

 

 

ABS 작동원리

 

ABS는 Anti-lock Brake System의 약자로 직역하면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가 됩니다.

'브레이크가 잠긴다'라는 것은 타이어의 그립력보다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더 강해져

타이어가 회전하지 않은 채로 미끄러지는 것을 말하죠.

 

- 정지마찰력

 

ABS가 작동하면 그냥 미끄러질때보다 제동거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타이어가 잠기는 것을 방지하면 제동거리가 줄어들게 될까요?

이것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정지마찰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물체의 마찰력은 접촉면이 상대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정지 상태'에서 최대화됩니다.

 

 

타이어가 회전하고 있을 때, 자동차는 움직이고 있지만

타이어와 지면은 서로에 대해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타이어가 잠기는 경우 접지면이 움직이게 되어

마찰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제동거리는 더 길어지게 됩니다.

 

 

- 타이어 잠김과 조향능력의 관계

 

앞쪽 타이어가 모두 잠기면 핸들을 아무리 틀어도 차가 회전하지 않습니다.

또 일부 타이어만 잠기면 핸들을 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회전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타이어가 잠기는 것과 조향능력에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어의 방향을 바꾸어 조향이 가능한 것은,

타이어의 회전 방향으로 가해진 힘은 그대로 진행하는 힘으로 이어지지만

회전 방향에 대한 수직 방향으로는 정지마찰력이 가해져 진행을 막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타이어가 잠기는 경우 모든 방향에 대한 마찰력이 동일하게 되어 버리죠.

따라서 조향을 책임지는 앞 타이어가 모두 잠겨버리면 핸들을 아무리 틀어도 조향이 되지 않습니다.

 

타이어가 한쪽만 잠겨 버리는 경우, 좌우 타이어 마찰력에 불균형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타이어가 잠겨버리면 왼쪽 타이어에 걸리는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져

조향을 하지 않아도 차체가 왼쪽으로 돌게 됩니다.

 

어느쪽이든 간에 원하지 않는 조향이므로 운전자가 크게 당황하게 되고

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ABS의 작동 방법

 

ABS는 ECU, 센서, 유압밸브(모듈)로 이루어집니다.

주행중 센서를 통해 타이어의 회전 속도가 항시 ECU로 전해집니다.

ECU는 이것을 기준으로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있지 않은지 감지하는데,

주행중 갑자기 타이어 회전이 멈춘다거나, 어느 한쪽의 타이어 회전 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경우

해당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ABS를 작동시킵니다.

 

예를 들어, 100km/h로 주행중인 차량이 완전히 정지하려면

대략 5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타이어의 회전 속도가 이 제동 속도를 상회하는 속도로 빠르게 줄어들면

해당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ABS가 작동되면 유압밸브를 통해 브레이크 실린더의 압력을 해제하여 타이어가 원래 속도로 돌게 한 후,

다시 브레이크 압력을 회복하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ABS는 아주 짦은 시간에 이 동작을 반복하는데, 그 속도는 1초에 10~16회에 달합니다.

 

한 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는 크기의 신형 보쉬 ABS모듈.

ABS 모듈의 발전에 따라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브레이크 컨트롤 시스템은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직전의 제동력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만

현재의 ABS시스템은 아직 그정도로 정밀한 컨트롤을 해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타이어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숙련된 운전자가 한계까지 브레이킹을 하는 경우

ABS가 작동된 것 보다 더 짦은 제동거리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밀한 제어는 앞으로의 ABS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BMW 모터사이클에 장착된 ABS시스템.

브레이크 디스크 안쪽의 직사각형 구멍이 촘촘히 나 있는 부분이

타이어 회전 속도를 감지하기 위한 부분입니다.

 

 

ABS의 효과

 

 

ABS의 주 역할은 제동거리를 줄이는 것보다 조작 불능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입니다.

타이어가 잠기면 제동거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조향도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ABS는 급박한 상황에서 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노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브레이크 조작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는데,

ABS가 있는 경우 브레이크는 강하게 밟은 채로 유지하고,

스티어링 조작에 집중할 수 있어 안전하게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00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나쉬 대학의 연구결과,

ABS가 장착된 경우 다중 추돌 사고를 18%줄여주고

비포장도로에서 사고를 35%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ABS를 장착한 차량은 짦은 제동 거리를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숙련된 운전자가 ABS가 없는 차량으로 한계까지 브레이킹을 하는 경우

ABS와 비슷하거나 더 짦은 제동거리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이와같은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한 운전자가 훨씬 많이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아주 강하게 밟기 때문에 쉽게 잠기게 됩니다.

타이어가 잠긴 상황과 ABS를 비교한다면 ABS가 있는 편이 분명히 더 짦은 제동거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자갈길, 모래, 높게 쌓인 눈길 등에서는 ABS가 없는 편이 제동거리가 짦을 수도 있습니다.

이경우 타이어가 멈추면 바닥을 파고들면서 오히려 제동거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조사에서는 오프로드 주행 기능을 따로 넣어 ABS를 끌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ABS 기술의 응용 - TCS

 

ABS는 반대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인데,

TCS는 코너링중 스로틀 조작으로 인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속시 타이어가 버틸 수 있는 마찰력을 넘어선 토크가 가해지면

타이어가 헛돌면서 접지력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때 헛도는 쪽에 빠른 속도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푸는 동작을 반복하여 토크를 억제합니다.

이렇게 하면 과다한 토크로 미끄러지던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게 되고,

노면접지력(트랙션)을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되죠.

ABS에 필요한 장치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ABS가 있는 차량에는 TCS도 같이 장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륜차에서 ABS의 효과

 

이륜차에 ABS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어차피 순간적으로 잠겼다 풀렸다 하기 때문에 이륜차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실제로 ABS를 적용해 보면 사륜차보다도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이륜차의 ABS입니다.

이륜차의 경우 타이어가 잠기면 그저 미끄러지는 것 뿐만 아니라 자이로효과가 사라져 전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륜차 ABS에 대한 실험 영상

 

보다시피 이륜차에 탑재된 ABS는 아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ABS모듈의 크기가 소형화 된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기종들에서는 대부분 ABS를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고,

소형 기종에서도 ABS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TCS나 윌리/스토피 억제 기술 등 ABS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자제어 기술도 보급되고 있어

이륜차도 점점 더 안전한 탈것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각종 유머 사이트에서 "ABS 유무의 차이"라는 제목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이미지.

아마도 개 주인은 왼쪽 강아지를 끄는데 더 힘이 많이 들어갔겟죠?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ABS

 

ABS와 같은 전자제어 장치는 분명히 안전한 운전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ABS가 작동할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안전거리 확보, 과속하지 않기, 우천시 저속운행 등 안전운전이 더해질 때

더욱 안전한 자동차 생활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영상 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