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M3를 구매하게 되며 느끼게 된 부분을 가볍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음슴체지만 이해해주시고,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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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구매 ? 어쩌다 M3야?


사실 M3를 구매한 건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얼마전 와이프의 임신으로 XC60부터 E43AMG, 마칸 터보 같이 유모차가 들어가는(!) 가족을 고려한 차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클래스같은 고성능 세단은 소나타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믿도끝도 없는 오기가 조금 있었고, 높은 SUV와 고성능을 병행하고자 하는 욕심(쿠페형 SUV라니! 이쁜건 사실이지만...)은, 맥주 대신 카프리! 같은 김빠지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 벤츠는 왜 이리 적이 많던지. AMG에 대한 오지랍은 박스터는 포르쉐가 아니라는 사람들 마냥, “(서명도 없는)43은 AMG가 아니다”라거나, “할배운전 할꺼면 벤츠”라는 둥,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그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던 까닭은 내 팔랑귀보담도, 그 이야기를 해준게 죄다 벤츠 오너라서가 아니였을까- 라는 변명을 남겨본다.


가성비가 좋은 독삼사!


1억 전후의 차를 살펴보면서 "가성비란 뭘까?"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부자라면 다양한 종류의 차를 사겠지만, 분명 이 돈을 쓰는건 인생에 여러 번 찾아올 기회는 아니였다. 나는 이 돈을 가장 훌륭하게 소진해야 했다. 그런 고민 끝에 방향성을 정했다. 이번 차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하차감(a.k.a 허세)과 자기 만족이라고 ㅋ


사실 이 가격대의 차량에서 보여주는 성능은 트랙 두어번 올라가 본게 전부인 일반인이 몰기에는 차고 넘쳐 헤일을 만들어낼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것을 제외하고 나의 만족과 허세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차량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존에 타던 국산 세단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 그냥 고급진 차량이 아니라, 허세로우면서도 오랫동안 배울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차량! (게다가 다음 구매가 언제될지 모르기때문에 단시간에 졸업할 차량은 피해야했다…)


고민하는 차량 중에서 하차감이 가장 좋은 브랜드는 포르쉐였다. 솔직하게... 벤츠나 BMW가 너무 흔해진 요즘, 거기다 고성능 차량이 그리 구분되지 않는 지금, 브랜드를 올리는 것은 하차감에 있어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근데, 계산해보니 포르쉐에서 벤츠와 BMW와 동일한 성능을 얻으려면 딱 2배의 가격이 필요했다... 세상에! 이건 가성비(!)에 있어 용납이 어려운 부분이였다. 마칸 터보, 뉴 카이엔, 파나메라4, 깡통 카이맨 더하기 쏘렌토 등을 한참 고민하던 나는 포르쉐라는 허세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보냈다..


이탈리아나 영국의 차량들은 모 회사의 건전성이나 가성비, A/S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고배를 맞이했다. 사실, IT에 물든 도시민으로 자란 본인에게 사용성 나쁜 전자장비와 구성을 갖춘 차량 들은 아무리 좋은 가죽을 써도 타협 불가능의 영역에 있었다는게 사실이였고.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이후, 나는 "독삼사야 말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헛소리를 해대며 차량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가격에서 가장 가볍고(내가 보던 차들보다 최소 200kg은 가벼웠다!), 빠르면서도 확실한 깊이를 인정받는 M3를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다 4도어라니! 이 차량이면 스포츠성과 병행하여 유틸리티성(=애를 태운다, 유모차를 싣는다, 친척을 태운다 등)도 추구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이때까지만해도 이 차가 ‘세단’으로서의 제 역할도 잘 수행해내리라 생각했는데..


M3라는 이름의 스포츠성 - 서스펜션과 DCT


차 선정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본론부터 말하면 M3는 세단, 거기에서도 고성능 세단과는 다른 영역에 있는 차가 아닌가 싶다. 문짝을 4개 달아 놓아서 그 기대치를 주는게 사실이나, 고성능 세단과 스포츠 세단은 정말 다르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서스펜션과 DCT 였다.


인터넷이나 자동차 리뷰에서 ‘노면을 읽는다’라는 표현을 종종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차량이 노면의 정보를 시트나 스티어링을 통해 전달해주면 그것을 읽으면서 운전해 나간다는 깊이있는 표현으로 많이 쓰였던 것 같았는데, 나는 그런 느낌이 드라이버나 차를 많이 몰아본 사람들이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했었지 실제로 이렇게 아무나 느껴질 정도로 쉬운(!) 감각인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차, M3는 노면을 아주 잘 읽는다. 아스팔트 포장이 구리면 좌우로 흔들리고, 살짝 패이거나 튀어나오면 크게 덜컹인다. 한쪽 노면이 기울어져 있으면 스티어링까지도 바로 영향을 받는다. 도로를 잘 읽는 다는 것은 승차감의 반댓말이기도 했다. 핸들만 잡고있으면 도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적당히 무시하면서 달리는 세단과는 완전히 달랐다. 심지어 옆자리에 몇번 타본게 전부인 차알못 와이프조차 ‘이 차는 노면을 너무 읽어서 꿀렁거려(=불편해!)’라고 말할 지경이다. 하! 나도 이제서야 느껴보는건데…


수동기반의 기어인 DCT 또한 오토매틱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였다. 정차한 상태에서는 기어가 들어가있어보여도 N단이기때문에 브레이크를 놓으면 차가 뒤로 흘러가버릴때도 많고, 저속 어시스트 기능은 생각보다 민감해서 시내 주행에서 차량이 울컥거리는데 일조한다. 클러치가 없기 때문에 생긴 애매한 문제다. 더해서 다단화가 된 DCT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킥다운을 할때에도 충분한 토크감을 바탕으로 안정된 가속력을 끌어낸다기보다, 차가 울컥거리면서 튀어나가기 일수였다. (이 부분은 1,000km정도 타면서 거의 해소되었다)


게임 같은 차. 공략하는 차. FUN 드라이빙


그렇게 이 차는 나를 다른 영역으로 데려갔다. 내가 평소 때 다니던 길은 생각보다 요철이 많았고, 도로는 굴곡졌으며 집 앞의 아스팔트 품질은 개판이였다. 나는 빨간약을 먹은 네오같이, 내가 모르고 알 필요 없던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 감각이 이어진 영역은 피로감이였다. 차를 몰면 피곤했다. 그간 몰랐던 정보들, 신경써야하는 노면, 흔들림 없이 가속이 가능한 영역, 그리고 이 노면과 온도를 타이어가 견딜 수 있을지, 브레이크는 어디까지 동작해줄지 같이 내게 생소한 경험에서 오는 피로감..


반대로 그 정보들에서 즐거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가속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몰아야 조금 더 덜 피로한 주행이 가능할지, 어떻게 해야 엔진을 안정적으로 다루고 덜 울컥거리게 할 수 있을지, 악셀을 얼마나 개방하여 DCT를 어떻게 얌전하게 만들지 등등..


사실 기대 이상이였다. 나는 이 차가 단순히 비싸고 빠른 차로, 스티어링을 돌리는대로 잘 도는 차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 차는 그 이상을 전해주고 있다.



M3의 본질? 유틸리티 성을 확보했으나 여전히 퓨어한 자동차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차에 컴포트 모드가 있고, 문짝이 4개고.. 이런 점은 이 차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주지는 않았다. 이 차는 스포츠카에 문짝을 두개 더 달아서 짐도 좀 편하게 실을 수 있고, 사람도 좀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차이지, 세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이 차는 서스펜션을 아무리 컴포트에 맞춰두어도 노면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해주려하고, 엔진 컨트롤을 이피시언시에 두고 기어로직을 아무리 느긋하게 맞춰도 운전자의 발 끗에 따라 울부짖으며 본성을 들어낸다.


나는 와이프를 이 차에 태울때마다 미안하다. 내 맘도 모르고 울컥대는 움직임에, 노면을 타고 덜컹이는 꿀렁임에, 주변을 울리는 배기음에.. 내 즐거움을 위해 가족의 편안함을 포기한 이기적인 내 모습에. 하지만 그 안에서 나 개인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튀어나가는 가속력과 그르렁거리는 6기통 엔진의 소음, 노면으로 전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통해 마치 도로를 공략하는 듯한 그 느낌이 나를 즐겁게 만든다. 어릴때 겁없이 카던 미들급 레플리카의 그 재미가 다시금 느껴지는듯 하다. (여담이지만, 도로에 몸을 내놓고 타는 바이크에 비할바는 아니긴 하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즐겁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나는 이 이상의 자동차를 몰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차를 퓨어 스포츠 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차의 본질은 ‘세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엔 문제가 있지않을까? 나는 이 차를 고성능 세단으로 취급하긴 힘들 것 같다. 아마도 이런게 스포츠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