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이름 값 못하는 ‘고급 휘발유’

<앵커 멘트>

일반 휘발유보다 10% 이상 비싼 고급 휘발유, 혹시 넣어 보셨는지요?

비싼 만큼 효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러나 실제 일반 휘발유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유사들이 이른바 '고가 마케팅' 전략으로 운전자들의 과소비만 부추긴 것은 아닐까요?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1리터에 150원 정도 비싼 고급 휘발유를 팔고 있습니다.

<인터뷰>주유소 직원: "중고차 있잖아요? 오래된 차에 넣었을 때 효과가 느껴져요. 오토바이에도 넣어요. (오토바이에도 고급휘발유를 넣어요?) 그럼요."

중형 승용차에 70리터 정도 가득 넣을 경우 만 원 가까이나 가격이 비싼 만큼, 운전자들의 기대 역시 높습니다.

<인터뷰>장용복 (서울시 상도동): "소음도 줄고요, 연비도 2-30%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유업체 또한 차량 성능이 크게 좋아진다며 뭔가 다른 고급 휘발유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고급 휘발유와 일반 휘발유의 가장 큰 차이는 옥탄가.

옥탄가는 완전 연소에 대한 평가값으로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일반 휘발유의 옥탄가는 92 정도인데 비해 고급 휘발유의 옥탄가는 100입니다.

그러나 고급휘발유와 일반휘발유의 이 옥탄가 차이는 실제 차량 성능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엔진은 옥탄가 90 안팎에서 최고의 성능을 나타내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광표 (현대자동차 차장): "대부분 국내 차량 엔진은 옥탄가 92 정도면 운행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100 수준인 고급 휘발유 옥탄가가 실제 차량 엔진 수준에 비해 불필요하게 높다는 얘깁니다.

<인터뷰>김동길 (석유품질관리원 처장):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경우 고급 휘발유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옥탄가가 지나치게 높은 고급 휘발유는 차량 성능과 속도, 연비, 승차감 등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유업체들이 내세우는 고급 휘발유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특수 첨가제를 넣어 차량 성능에 도움을 주고 환경오염 또한 줄인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정유업체 관계자: "청정제와 연비 향상제를 30% 추가로 투입해서 배기가스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런 첨가제는 일반 휘발유에도 필요한 만큼 들어 있는 것들입니다.

<인터뷰>김동길 (석유품질관리원 처장): "일반휘발유에도 찌꺼기를 등을 제거하는 첨가제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비슷한 효과에 비싼 가격.

그런데도 고급 휘발유는 지난해에만 700억 원 어치가 팔렸고, 해마다 50% 이상 판매량이 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