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행거리 36만8524㎞, 연 보험료 20만원 미만, 연비 15㎞/ℓ, 프라이드 DM, 1987년식 밤하늘색 3도어, 스틱 기어…. 문화방송(MBC) 강재형(44) 아나운서가 만 18년5개월 동안 타고 다니는 ‘프돌이’ 이력이다. 그가 이 차에 몸을 실은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간 것과 맞먹는다. 그래도 그는 다시 지구도 돌아올 때까지 ‘프돌이’와 함께할 생각이다. “자동차의 기본은 ‘달리고, 방향 바꾸고, 멈추는 것’ 아닙니까?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으면 되는데 차 바꿀 생각, 당분간 없습니다. 큰아들 녀석이 ‘아빠 차 물려달라’ 하는데, 물려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타야 합니다. 그때 ‘부자 다툼’이 생길지 모르지요, 서로 타려고.” 그가 87년 문화방송 입사 초 장만한 생애 첫 ‘신차’였다. 물론 중간에 바꿀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90년대 초반, 주행거리 10만㎞가 못 됐을 적, 지금도 단골로 다니는 고향카센터 이천수(50) 사장한테서 다짐받았다. “십만 넘길때까지 타면 그 이후엔 십만킬로미터씩 늘려나갈 거다, 명 다할 때까지 ‘주치의’로 책임지라고 했죠. 그리고 십만㎞ 넘길 즈음, ‘차 바꾼다’는 생각을 접었어요. 바꾸고 싶은 차도 나타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그는 자동차와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프돌이’는 아프면 아프다고 신호보내고, 이상신호를 알려온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지방출장 등 장거리 주행 땐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고맙다. 덕분에 일 잘 보고 왔다.’ 사고 날 때는 어김없이 ‘조강지처’한테 무심했을 때다. 지난달 하순 무리한 주행으로 18년 만에 가장 큰 사고가 일어났다. 딴 곳에 입고하면 폐차하라고 할 것이 틀림없어 무려 102㎞를 견인해 단골 카센터 ‘중환자실’로 옮겨 심장(엔진)과 허파(트랜스미션) 대수술(교체)을 했다. “차 밑에서 소리가 나 미리 정비했어야 하는데 그냥 방치한 게 문제였어요. ‘사랑이 식은 탓’이라는 자책도 했죠.” 강 아나운서는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유지비 많이 들고 수입도 적지 않을텐데 굳이 20년 가까이 소형차를 고집할 이유가 무어냐’ ‘자동차가 사람을 말한다고 하는데 불편한 일은 겪지 않느냐?’ 그의 대답은 명료하다. “수리비가 초기보다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새차 월부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크든 작든 자신이 좋아하는 차 타는 것을 탓할 이유는 조금도 없어요. 나도 내 차가 좋아서 탈 뿐이니까요. ‘럭셔리한 곳’에 주차할 때도 아무 문제 없지요. 고급차들이 도로에 고장나 서 있는 거 보면 ‘한심하다’ 생각도 들어요. 무엇을 타느냐보다 어떻게 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는 레이싱 중계 캐스터를 자청했고, 2003년 봄 드라이빙스쿨 이수와 동시에 카레이싱에 입문해 작년엔 〈카레이싱 이야기〉(기쁜하늘)를 펴냈다. 그냥 달리는 게 좋고, 운전하는 게 재밌기 때문이란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