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몸집은 ‘대형세단’ 주행성능은 ‘스포츠카’ 미국과 유럽의 절묘한 조화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좋은 디자인의 생명을 친근감에서 찾는다고 한다. 새차인데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주는 차가 디자인이 잘 된 차라는 것이다. 지난 2월 국내 첫선을 보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300C 3.0은, 이런 점에서 보면 좋은 차가 아니다. 큰 몸집과 뭉퉁한 격자형 라디에이터그릴은 ‘위압감’을 내뿜는다. 사람으로 치면, 다가서고 싶지만 쉽게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미국적 기품을 풍기는 차에 디젤엔진을 얹은 것도 생소하다. 300C는 외관으로는 철저한 미국차며, 하체는 유럽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작한 뒤 처음 공동 개발한 차가 바로 300C다. 그래서 미국차와 유럽차의 정체성이 섞여 있다. 300C 3.0은 기존 가솔린엔진 모델보다 더 유럽적이다.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는 3.5와 5.7모델의 엔진은 크라이슬러 제품인 반면 디젤엔진은 벤츠가 만들었다. 시동을 걸면 곧바로 벤츠의 디젤엔진 기술이 나온다. 디젤엔진차 키를 돌리고 시동을 거는 시간이 가솔린엔진차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퀵스타트 예열시스템’을 적용해 사전 예열시간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라고 회사쪽은 설명했다. 정지 상태에서는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가 차 안에 전달된다. 하지만 귀에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속도계가 시속 20㎞쯤을 넘어서는 순간 디젤엔진차의 소음과 진동이 어느덧 사라진다. 미리 어떤 엔진을 탑재했는지 모른 상태에서 이 차에 탔다면 가솔린엔진차로 착각하기 쉬울 정도다. 이 차 엔진의 힘은 도로에서 옆차를 따돌릴 때 빛난다. 최고 출력이 218마력, 순발력을 좌우하는 토크는 최대 52kg·m에 이른다. 배기량 3000cc엔진이면서도 5700cc 가솔린엔진의 300C와 비슷한 토크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불과 7.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몸집은 분명히 대형 세단인데, 주행성능은 경쾌한 스포츠카인 듯하다. 급회전해야 하는 길에서도 차는 부드럽게 달린다. 어느 상황에서나 적절하게 엔진동력과 바퀴 제동력을 조절하는 주행안전장치(ESP)의 힘이다. 300C 3.0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유지비의 경제성이다. 공인연비가 11.9km/ℓ에 이른다. 대신 차값은 6280만으로, 3500cc 가솔린엔진 모델보다 300만원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