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의 입심은 세다. 그들은 난다긴다하는 시사평론가 수준의 입담을 자랑한다. 그래서 달리는 택시 안은 종종 시사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그들은 자동차 평론에서도 단단히 한 몫 한다. 굴러다니는 모든 차의 구석구석을 꿰뚫는 안목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그들의 평가는 종종 일반인들에게 대단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한동안 장안의 택시기사들이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차가 있다. 삼성자동차의 SM5였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아닌 삼성의 SM5다. 삼성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차 SM5. 당시 택시시장을 둘러싼 자동차메이커 영업팀들의 긴박했던 무용담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그 SM5 택시가 새로 나왔다. 르노삼성이 SM5 풀체인지를 거친 후 LPG 엔진을 얹은 모델을 선보인 것. 택시기사들의 예리한 평가는 곧 시작될 터. 그에 앞서 시승기를 쓰는 부담은 더 없이 크다. ▲디자인 새 SM5을 보고 있으면 헤드 램프만 보인다고 할 정도로 앞모습, 특히 헤드 램프가 강한 인상을 풍긴다. 찬찬히 뜯어보면 보닛에서 시작해 지붕을 지나 트렁크로 이어지는 부드럽고 유려한 선도 보통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온전히 국내에서 개발된 게 아니라 닛산의 모델을 들여다 만든 차라는 게 걸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세련됐다는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실내는 고급스럽다기보다 실용적이다. 택시의 컨셉트에 맞춘 탓이리라. 운전석은 전동식이 아니고, 차가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오토도어록이 없다. 차창이 닫히다 뭔가가 걸리면 창이 내려가는 기능도 없다. 이 차를 타고 사치를 부릴 생각은 안하는 게 좋겠다. 옵션에 사치를 부리는 경향이 많은 내수시장에서 이를 생략하는 것도 용기다. 인테리어 소재도 평범하다. ▲성능 SM5 특유의 정숙성은 이 차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속 80~100km라면 느리지 않는 속도이나 엔진소음이나 바람소리가 크지 않다. 로드 노이즈, 즉 타이어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잡다한 소리들은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잘 차단된 덕에 조용한 주행을 할 수 있다. 가속감은 부드럽고 가볍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고성능 세단의 느낌보다는 준중형이나 소형차에 가까운 가벼움이다. 가벼움은 흠이 아니다. 2.0 DOHC LPG 엔진에서 나오는 136마력의 힘은 결코 약한 게 아니다. 주행상황에 필요한 힘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 억지로 짜내는 힘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적절한 수준의 힘이 차를 받쳐준다. 시속 160km를 넘기고 180km를 맛보기도 어렵지 않았다.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이 엔진이 영하 25도에서도 시동이 걸리고, 50만km의 실차 내구테스트를 거쳤다고 자랑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R, N, D 변속이 가능하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변속기 보호를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작동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별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가끔은 이런 사소한 데까지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는 맘에 든다. 굳이 팁트로닉 방식이 아니어도 수동변속의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어서다. 뉴SM5 LPG는 듀얼스테이지 에어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차가 충돌하는 강도에 따라 에어백이 터지는 압력을 저압 혹은 고압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EBD-ABS 및 BAS도 기본품목이다. 브레이크계통에 적용되는 이 첨단 장치는 실제 운전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장치다. 젖은 길, 눈길, 커브가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 등 조건이 열악한 길에서 두려움없이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자장치들이 사고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장치가 없는 것 보다는 분명히 안전하지만 무턱대고 달려도 차가 알아서 모든 상황을 보완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성 연비는 8.8km/ℓ 수준. 절대적인 연비 자체만으로는 좋지 않으나 LPG가격 자체가 워낙 싸기 때문에 경제성은 휘발유엔진차에 비길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시동을 끌 때는 꼭 LPG 밸브를 닫아 연료차단으로 엔진이 스스로 꺼지게 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명심해야 한다. LPG차를 운전하려면 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하는 안전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유명무실한 규정인 듯 하다. 그래도 모를 일이니 이 차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안전교육도 반드시 받을 것을 권한다. 뉴SM5 LPG는 고급형과 모범형의 두 가지 모델이 있으며 가격은 1,474만~1,770만원이다. 택시기사들이 이 차를 어떻게 평할 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