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나타, TV를 켜면 나오는 현대차의 광고, 수많은 언론들의 호의적인 보도까지... 비록 고유가와 수요 감소 여파로 현대차의 10월 미국 판매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11% 줄긴 했지만 현대차의 성공 신화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품질 개선만큼 잘 알려져있진 않지만 현대차의 미국 내 성공을 이뤄낸 중요한 요인은 딜러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차를 팔 수 없다. 반드시 딜러를 통해야 한다. 때문에 좋은 딜러망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 차를 판매하는 데 있어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어느 회사가 양질의 딜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미국 내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에서 현대차 딜러샵을 운영하고 있는 빈센트 테피디노(45·사진)는 현대차의 미국 시장 공략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는 현지 딜러 가운데 한 명이다. 웨체스터는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고 가면 40분 정도에 닿을 수 있는 중산층 거주 지역이다. 뉴욕 인근 지역들이 대부분 그렇듯 웨체스터도 뉴욕 시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다. 웨체스터 현대는 문을 연지 불과 5개월 밖에 안 되는 신생 딜러샵이다. 바로 옆에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딜러샵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는, 정글 한가운데에 위치한 매장이기도 하다. 테피디노는 얼마 전까지 맨해튼 현대에서 일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신생 딜러샵의 책임자로 뽑혔다. 개점 기간은 5개월 밖에 안 됐지만 웨체스터 현대는 뉴욕 인근 현대 딜러샵 13개중 파라무스 현대에 이어 판매량 2위를 달리고 있는 알짜 매장이다. 테피디노는 4년 전 현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전 12년 동안 도요타 딜러로 일하다가 현대로 스카웃된 것. 현대로 옮긴 이유를 묻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는 이미 정상에 오른 업체로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며 "반면 현대에서 일하는 것은 가능성과 도전의식을 준다"고 강조했다. 4년 전과 지금 현대차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냐고 묻자 "현대차는 더 이상 2류(second class)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 판매대수가 늘어나고 JD파워의 랭킹이 올라가는 등의 외부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달라진 것은 고객들의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고장이 없고, 연비가 좋다는 등의 고객들의 사후 칭찬들을 때마다 딜러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사람답게 테피디노는 `고객 만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 등의 요인이 있었지만 결국 현대차가 오늘날의 성공을 거둔 것도 고객 만족을 이뤄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를 구입한 고객이 자신의 친구, 친척, 동료들에게 현대차를 소개하는 식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미국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매장에서 일하는 35명의 직원들에게 매일 친절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 딜러들이 오만하다"는 평가가 장기적으로는 결국 도요타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고유가로 판매에 타격이 없는지를 물어봤다. 그는 "적어도 나는 아무런 영향을 못 느낀다"며 "고유가의 여파는 현대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5개월 내내 웨체스터 현대의 판매대수가 증가해 왔다고 덧붙였다. 테피디노는 "GM과 도요타의 SUV는 지나치게 크지만 투싼이야말로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크기의 SUV"라며 "엔진 크기, 배기량, 연비 등 모든 면에서 도요타의 4러너보다 낫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현대차의 빌 호킨스 매니저도 동조했다. 호킨스는 개인 사업자인 딜러들에게 현대차를 공급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빈센트는 나를 볼 때마다 투싼을 달라고 조른다"며 "그는 언제나 배고픈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단기간 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도요타나 혼다처럼 `티어 원(tier one 일급)` 그룹에 속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곧 그렇게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5년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테피디노는 "나 자신 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를 위한 차량도 현대차를 쓰고 있다"며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가족에게 현대차를 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품질을 인정하더라도 재판매 가격(resail value) 때문에 현대차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고 하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라고 답했다. 그는 "소나타의 가격이 경쟁 모델인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의 어코드보다 조금 싼 데다, 현대는 도요타나 혼다가 추가 돈을 받고 판매하는 옵션들을 그냥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조삼모사의 논리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테피디노는 이탈리아계 이민 3세다. "나는 미국인이며 내 조상이 이탈리아 출신일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호방하고 직선적인 말투와 행동 양식은 그가 이탈리아계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할아버지가 자동차 관련직에 종사한 관계로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접하며 자랐다고 그는 말했다. 11살 때부터 세차와 정비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자동차에 관련된 일은 안 해본 것이 없다며, 자동차가 곧 자신의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전문가인 그에게 드림 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테피디노는 "아제라(현대가 곧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TG그랜저의 미국 이름)"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드림카를 말해달라고 했더니 "페라리"란 답변이 돌아왔다. 페라리를 꼽은 이유를 묻자, 그는 "모든 남자는 마초이기 때문에 속도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며 열정적인 이탈리아인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