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전쟁의 피해자로 바라보지 마세요. 조국을 위해 숨진 자랑스런 해병 대원의 가족이니까요." 이라크전에서 남편을 잃은 한인 미망인이 부대에 남아 봉사하며 담담히 남편의 유언 아닌 유언을 실천하고 있다. 29일 LA타임스는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고도 서둘러 부대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부상으로 후송된 다른 해병대원을 위해 위로하러 다니는 한인여성 캐런 멘도사(37)씨의 생활을 전했다. 캐런씨의 남편은 지난 해 11월14일 이라크에서 사망한 캠프 펜들턴 소속 해병대 레이 멘도사 소령. 멘도사 소령은 해병대에서도 가장 기강이 센 1사단 1연대 2대대 '에코중대' 소속으로 지난 해 초 이라크전에서 귀환했으나 재소집돼 떠났다가 시리아 국경에서 작전 도중 폭발물이 터져 사망했다. 멘도사 소령은 죽기 나흘 전 부인과 전화통화에서 이라크에서 부상당해 미본토 캠프로 후송된 해병대원들과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찾아가 위로해 줄 것을 당부했는데 그게 유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두 자녀 키아나(12)양과 알렉산더(8)군의 교육에만 신경쓰며 평범한 생활을 하던 살던 캐런씨의 모습은 남편을 샌디에이고 국립묘지에 묻은 후부터 달라졌다. 지난 2월 에코중대가 임무를 마치고 캠프로 귀환했을 때 마치 남편을 맞이하듯 달려가 부대원들을 일일이 환영했다. 사망자 뉴스가 나오면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부상군인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캐런씨는 "나중에 남편을 만나면 '당신이 부탁한 말을 지켰다'고 말하고 싶다. 약속을 지키고 있는 내 모습을 남편도 흐믓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남편을 쳐다보듯 하늘을 향해 시선을 지긋이 돌리기도 했다. 현재 두 자녀 함께 캠프 펜들턴 내 군인가족용 주택에서 살고 있는 캐런씨는 '군인이 사망했을 경우 가족들은 1년까지만 부대 안에서 살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늦어도 오는 가을까지 새 거주지를 마련해 떠나야 한다. 10년이 넘게 살던 캠프 펜들턴을 떠나는 시간이 다가오지만 캐런씨는 씩씩하기만 하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