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화) 아침.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비상대기실에서 탐색구조 비상대기 근무를 서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비상대기실과 달리 주기장에서는 어제 갑자기 내린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09시 29분. 항공구조 장구실에서 구조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데 갑자기 긴급출동 대기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미군 F-16 전투기 1대가 서해 상공에 추락했고 조종사는 비상탈출" 언제나 바로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출동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 긴급한 방송 소리는 전대원을 긴장시켰다. 항공구조사로 20여 년을 근무한 나도 이 같은 출동지시가 떨어지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사불란한 출동태세 준비 이번 임무헬기 조종사를 맡은 박원종 대위와 박성문 대위는 임무내용을 확인하고, 항공구조사인 나와 이충호 상사는 비상대기실에 보관중인 동계 해상임무에 필요한 '동잠수복'을 재확인하고 산소소생기와 관측장비 등 출동장비를 챙겼다. 같은 시간에 헬기 정비사 송철 상사는 비상대기 항공기를 점검하고 출동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09시 31분. "○○ 31 비상출동 명령(미군조난조종사 1명, 좌표 N354○○○ E126○○○)"이 떨어졌다. 구조헬기가 있는 곳을 향해 구조장비를 들고뛰었다. 장비를 들고뛰면서 제발 조난 조종사가 안전하게 탈출, 무사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현장투입구조사인 나는 낮은 수온의 해상 투입에 대비하여 동계용 잠수복을 착용했다. 동시에 기내구조사는 해상 투입전 수경, 오리발, 장갑 등 투입장비를 재확인하고, 정비사에게도 조난자를 기내로 끌어올릴 때 보조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임무에 투입하기 앞서 조종사와 구조절차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10시 19분. 현장에 체공중인 전투기와 교신이 이루어졌다. 다행히도 조난자의 상태는 양호하고, 구명보트에 탑승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조난조종사가 방수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낮은 수온과 비상탈출로 인한 심리적 불안 상태는 저체온증을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0시 22분. 마침내 조난조종사와 교신이 이루어졌고 곧 조난 조종사를 발견했다. 조난 조종사는 구조헬기에게 연막탄으로 구조신호를 보냈다. 구조헬기는 조심스럽게 조난자가 있는 해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헬기가 가까이 갈수록 파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해상 구조절차에 따라 나는 공중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해상으로 투입했다. 3미터 가량의 높은 파도는 조난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한 손에는 구조용의자 벨트를 잡고 몇 차례 바닷물을 먹고서야 조난자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조난자는 구명보트에 탑승한 채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반갑게 한 손으로 조종사를 끌어안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조난 조종사는 머리에는 털모자를 쓰고 있었고, 방수복과 손에는 동계용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추위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낮은 수온 탓에 손의 감각이 둔해지고, 높은 파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우리를 힘들게 했다. 빨리 구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헬기에서 구조용 의자가 내려왔다. 한 손에는 조난 조종사를 잡고 한 손은 구조장비를 잡았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구조용의자의 안전벨트를 조난 조종사에게 고정할 수 있었다. 곧 헬기와 구조용의자를 연결하는 HOISTLE이 팽팽해지면서 조난 조종사는 수면에서 떨어져 올라갔다. 기내 구조사는 다시 HOISTLE을 내려보내 해상에 있던 나를 끌어올림으로써 구조임무가 무사히 완료됐다. 긴박했던 시간은 전광석화처럼 지나갔다. 기내로 올라온 나는 추위도 잊은 채 조난 조종사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비상탈출을 시도하면서 다른 손상은 없었는지, 등 부분과 팔 다리를 맛사지 해주면서 검사했다. 다행히도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극심한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 초기 증세가 지속되어 얼굴이 무척 창백했다. 담요 2장을 이용해서 보온해 주었지만 부족한 듯 싶어 내가 입고있던 방한용 잠바를 조난 조종사에게 입히고 항공기 히터가 나오는 조종석 쪽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지속적으로 조난자를 보살핀 결과 조난조종사의 얼굴의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시한번 조난 조종사와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조난 조종사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멀리 비행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긴박했던 구조상황은 안정을 되찾았다. 단결된 팀웍이 구조작전 성공 만들어냈다! 이 작전의 성공 뒤에는 임무관련 모든 부서가 각자 임무를 일사불란하게 수행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조하는 것은 무척 힘들고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오늘의 구조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완벽한 탐색구조 태세를 위해 끝임없는 교육훈련과 실전적 해상구조 능력향상을 위해 노력한 제6탐색구조비행전대의 단결된 Team work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든지 조난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출동하여 고귀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며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