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표(Identification tag), 그러나 흔히 부를 때는 '군번줄'. 누구에게도 주어서는 안 되고 오직 조국이 원할 때만 주어야 한다고 골에 박히도록 들은 가로 5㎝, 세로 2.8㎝ 타원형 스테인리스 판의 용도는 실은 그렇게 전사자 신원 바코드인 셈이다. '원산폭격' 기압 때 땀 절은 가슴팍에 찰싹 붙었다가 슬금슬금 미끄러져 내려 이마 끝에서 찰랑거리던 그 서러운 추억은 대한민국 남자들 가슴속에서 소설이상으로 소설적이다. 이라크의 미군들조차 인식표를 우리처럼 '개목걸이(Dog tag)'라고 하는 것도 인식표의 그 구속성 때문일 것이다.  그 인식표 왼쪽 약간 상단의 V자 홈은 죽어도 모를 의문이다. 철석같이 전사자 이빨 새에 인식표를 고정시키는 용도라고 믿지만 그건 지뢰는 밟고 있을 때는 안 터지고, 발을 떼면 터진다고 알고 있는 것처럼 오해의 극치다. 육군 부관감실도 치아사이에 끼우기 위한 홈이라는 주장을 공식 부인했다. 7월엔 그런 오해를 불식하며 홈 없는 새 인식표도 나온다.  시황제의 동문(同文)정책으로 희생된 육국(六國)문자들이 가끔 금속인장에 새겨진 모습으로 출토될 때가 있다. 높은 사람들이 그 금속인장을 목에 걸고 지내는 전국시대 풍습이 단서가 됐다. 전쟁이 끝나면 그 걸 보고 유체판별을 했다니까 인식표의 역사는 참 오래됐다.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세기 프랑스 군대부터였고, 1914년 영국군은 혈액형을 적어 착용했다. 미군은 1917년부터 썼다. 그때 스테인리스에 이름 혈액형 등을 새기자면 기계에 고정시킬 수 있는 V자 홈이 필요했다. 1946년 국방경비대 창설 때, 국군 인식표는 홈 없는 인식표, V자 홈의 그 미국형은 한국전 때 도입된 것이다. 홍천군 내면 방내리에서 전사자 발굴사업 중 고 이만초 상병의 유해가 나와 숙연케 했다. 그가 그이임을 증명하는 군번 'K 1125518'가 선명하게 찍힌 인식표는 왼쪽 상단에 V자 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