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의 어느날.. 태백산맥에서..> 휴가가 열흘도 채 안남은 1996년 9월 어느날.. 추석을 집에서 보낼 기대로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마음만큼은 가볍게 불침번 말번초 근무를 하던 바로 그때 상황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진돗개둘 발령방송이 나왔다. -기상! 기상하십시요! 비상경계상황입니다!- 진돗개 둘은 곧 진돗개 하나로 강화되었다. 북잠수함이 동해에서 발견되었고 무장공비가 강원도 에 침투, 우리부대가 소탕작전에 투입되게 된 것이다. (휴가는 반듯이 간다..금방 상황종료 되겠지..) 길어야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전이 낮에는 수색정찰에 야간엔 매복으로 피마르고 고된 몇 주가 반복되었다. 원래 우리부대의 주둔지도 강원도이긴 하나 화천부근이라 작전지역의 산악지형보단 고지가 낮았다 하지만 이곳은 태백산맥이다 하루에 한두번씩 고지를 샅샅이 뒤지는 생활은 그야말로 죽을맛이었다. 이제 우리의 적은 간첩이 아니라 졸음이다. 몇주째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갔다. (씻는건 고사하고 밥이나 안걸렀음 좋켔다..) 동절기 보급을 군장에 챙기지 않았다. 곧 끝날 줄 알았으니까.. 그러나 벌써 10월 말..태백산맥 가을추위는 뼈속까지 파고든다. -휴가고 뭐고 춥지나 않았음 좋겠네..올겨울을 이렇게 보내는건가..- 이후로도 공비는 잡히지 않았고 잠정적 상황종료로 51일 만에 자대에 복귀..푸근한 내집이 따로 없다. 자대의 안락함도 잠시.. 이틀뒤 공비가 다시 출현하였고 초겨울의 새벽... 그렇게 다시 우리는 무거운 육신을 육공에 싣고 군생활 최고의 지독한 겨울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속에 겨울비를 맞으며 9시간동안 출동했다.. 사진은 밤새 매복하고 동틀녁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에 공비소탕작전글을 보고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오래전 기억이라 좀 가물가물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