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이 보유한 익명의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조·미·일 삼각전략균형의 형성 먼저 이글은 정부가 접속차단을 시켰다가 해제한 북한 군사전문 싸이트의 글입니다. 그런데 분명 해제했다는데 이곳만은 아직 해제가 안되어 있군요. 우연히 구글검색에서 찾은 글인데 서프에서 퍼왔습니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차 례 > (1) 들어가는 말 (2) 김정일 총비서의 '병불염사' 전술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 (3) 미국 국가정보회의의 판단착오 (4) 북(조선) 탄도미사일 개발사를 바라보는 관점 (5) 인공위성체를 지구궤도에 실어 나른 익명의 우주발사체 (6)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 (7) 조·미 사이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와 미국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패배 (8) 익명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주체혁명의 무기'다 (9) 전환기에 형성되고 있는 조·미·일 삼각전략균형 (10) 맺는 말 (1) 들어가는 말 전 세계에 실전배치되어 있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모두 13,500 개로 추산되는데, 그 대부분은 사거리 70-600 킬로미터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이다. 옛 소련이 개발한 스커드형 탄도미사일(Scud-type ballistic missile)을 실전배치한 나라들은 약 24 개 나라다. [1]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고유한 형의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8대 미사일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스라엘,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8대 미사일강국 가운데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전략핵군(strategic nuclear forces)을 보유하고 있는 6대 군사강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미국의 미니트맨(Minuteman)3, 러시아의 에스에스(SS)24, 영국의 트라이던트 디(Trident D)5, 프랑스의 엠(M)4, 중국의 둥펑(東風)5, 그리고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익명의 전략미사일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가운데서도 사거리 10,000 킬로미터가 넘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이동식 수직 발사대(transporter-erector-launcher, TEL)에서 발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뿐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지상 고정발사대나 지하 격납고 발사대(silo)에서 발사할 수 있는데, 1999년 8월 2일에 중국이 사거리 8,000 킬로미터의 둥펑31을 이동식 수직발사대에서 시험발사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세 번째 나라가 되었다. 북(조선)의 미사일 문제에 관련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해오고 있는 조셉 버뮤디즈 2세(Joseph S. Bermudiz, Jr.)는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사에 관한 자신의 탐구를 집대성한 자료에서 "오늘(1999년을 뜻함-옮긴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제3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탄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으며 초보적인 우주발사체 능력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고 결론을 맺었다. [2] 북(조선)이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는 전략무기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전략핵군을 보유한 세계 6대 군사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역사적 배경과 연관성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 한(조선)민족이 로켓무기를 발명한 역사적 근원은 지금으로부터 6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한(조선)민족은 이미 620년 전에 뛰어난 슬기와 창조력으로 로켓무기의 원형(archetype)을 만들어낸 민족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 우왕 때인 1380년경에 고려사람들은 '주화(走火)'라는 원시적인 로켓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재래식 화살의 최대 사거리는 100 미터가 고작이었던 데 비해 주화의 사거리는 250-280 미터나 되었다. 최무선이 20여 년 동안 화약연구에 몰두하여 1373년에 마침내 화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고려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약을 개발한 당대의 선진국이 되었는데, 고려는 '화통도감'을 설치하여 로켓무기 주화와 화약무기 '총통(銃筒)'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1380년에 로켓무기 주화로 무장한 고려 수군(水軍)의 전함 100 척이 첫 전투에 나가서 고려에 쳐들어온 왜구의 전함 500 척을 모두 불태웠으니, 이 것이 오늘의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서 벌어졌던 저 유명한 진포해전이다. 1448년 세종 30년에 나온 『국조오례서례』의 『병기도설』에는 화약무기 설계도와 제조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신기전(神機箭)'에 관한 기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무기 설계도다. 신기전은 고려시대에 개발된 주화의 탄두부에 발화통(發火筒)을 장착한 당대의 첨단무기로서 '현대전의 총아'라고 하는 탄도미사일의 원형이다. 신기전 가운데 가장 큰 대신기전은 길이가 5.6 미터, 사거리가 2 킬로미터였다고 한다. 한(조선)민족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많은 신기전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다연장 발사대인 '화차(火車)'를 만들어냈다. 부속품 300여 개로 정교하게 제작된 화차는 사거리를 조절해가면서 신기전 100 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위력적인 첨단무기로서 현대전에 등장하는 다연장 로켓포(multiple-rocket-launcher)의 원형이다. 임진왜란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593년 2월 12일 권율 장군이 지휘한 행주산성 전투에서 8,000 명밖에 되지 않는 조선군은 화차로 선제공격을 퍼부어 왜군 30,000 명을 무찔렀다. 당시 왜군이 가지고 있었던 조총의 사거리는 겨우 50-100 미터에 지나지 않았던 데 비해, 조선군은 사거리 2 킬로미터의 신기전을 100 발이나 동시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 역사에 행주대첩의 위대한 전승기록을 남겨놓은 그 전투에서 왜군은 사상자 10,000 명을 내고 참패했으며, 왜군 총지휘관 우키다는 신기전 화차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3] 서양에서는 350년 뒤인 1805년에 가서야 영국사람들이 길이 4.4 미터의 로켓무기를 개발했다. 로켓무기 개발사에서 한(조선)민족은 서양인들보다 무려 350년이나 앞서 있었던 것이다. 한(조선)민족은 이처럼 우수한 두뇌와 창조력을 가진 민족이며, 외세침략을 물리치고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하여 첨단무기를 개발하였던 자주민족이다.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둘째, 한(조선)민족의 첨단무기 개발사는 언제나 외세침략을 물리치고 민족의 자주성을 지켜는 시대적 요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릇 전쟁의 승패는 나라와 민족의 사활적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니, 승전국은 융성·번영했고 패전국은 역사의 무대 뒤쪽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사람들은 당대의 과학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위력적인 무력수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원래 국가라는 조직체는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군사조직에 근원을 두고 발전되어온 것이라고 설파했던 독일의 역사학자 오토 힌체의 지적은 전쟁과 국가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고려시대와 근세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외래 침략세력과 끊임없이 맞서 싸우지 않으면 민족 자체를 보전하고 발전시킬 수 없었던 한(조선)민족에게 전쟁은 민족의 생사존망을 결정하는 사활적 문제였다. 한(조선)민족은 자기를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온갖 난관과 역경을 뚫고 외래 침략세력을 물리칠 강력한 무력수단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강력한 무력수단을 보유하려는 한(조선)민족의 요구는 외래 침략군을 먼 거리에서 대량파괴력으로 집중공격할 수 있는 첨단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고려사람들이 개발한 주화와 총통이 그러했고, 근세조선의 이름 모를 과학기술자들이 개발했던 신기전과 화차도 그러했으며, 그리고 오늘의 북(조선)이 개발한 익명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그러하다. 한(조선)민족이 개발했던 당대의 첨단무기들은 그 발전수준과 성능은 서로 달랐지만, 그 원리와 목적은 먼 거리를 날아가 적을 공격하는 타격력으로 외래 침략군을 무찌르려는 요구에 따라 개발된 무력수단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 것은 유럽, 중국, 일본의 전쟁사에 등장하는 당대의 첨단무기들이 주로 동족 내부의 전쟁이나 대외침략전쟁에 동원되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14세기 이후 한(조선)민족 전쟁사를 살펴보면, 외래 침략군을 무찔렀던 첨단무기들, 원거리 타격력을 보유한 무기들은 민족자주의 무력수단이라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먼 옛날 고려와 근세조선이 개발했던 원시로켓무기와 오늘날 북(조선)이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이에는 그러한 역사적 공통성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고려와 근세조선의 원시로켓무기는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략균형을 바꾸어놓지 못하였지만, 오늘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한(조선)반도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주변 강국들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전략균형에 질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것은 고려와 근세조선의 원시로켓무기들이 강력한 무력수단으로 기능하는 군사력만을 발휘했던 것에 비해, 오늘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위력적인 무력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물론 더 중요하게는 역내의 전략균형을 뒤바꾸어놓는 정치·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글이 논증하려는 중심주제는 그러한 정치·외교력의 의미다. 현대전의 총아로 등장한 탄도미사일은 기체, 유도장치, 추진장치, 탄두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인 관성유도장치(inertial guidance)는 목표물의 위치에 이르는 비행궤도를 미리 입력함으로써 미사일이 날아가면서 입력된 궤도를 확인하여 현재의 자기 위치를 수정하는 첨단장치다. 탄도미사일의 추진장치인 로켓엔진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이용하는데, 연료와 산화제를 관을 통해 연소실로 보내어 혼합·분사한다. 혼합된 연료와 산화제를 점화하면 고온·고압개스가 발생하는데, 이 것을 분출구에서 뒤로 내뿜을 때 일어나는 반작용을 받아 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게 된다. 탄도미사일은 네 단계를 거쳐 날아간다. 첫째 단계는 미사일이 발사된 뒤에 추진연료가 연소하면서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는 추력비행단계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경우 3-5 분이 걸린다. 둘째 단계는 추력비행 이후 단계(post boost phase)로 추진연료가 연소를 끝내고 탄두가 들어있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가 미사일 본체로부터 방출되는 단계다. 탄도의 속도나 방향을 바꾸면서 비행궤도를 수정하는 작업은 이 때에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 미사일은 고도 약 1,000 킬로미터를 비행한다. 셋째 단계는 중간비행단계로 재돌입체가 방출된 뒤에 관성비행을 하면서 대기권에 다시 돌입할 때까지의 비행단계다. 관성비행단계에서는 비행궤도를 수정하지 못한다. 이 단계의 비행시간이 가장 긴 데, 대략 15-30 분이 걸린다. 이 단계에서 미사일은 탄도궤적의 최고점인 고도 약 1,200 킬로미터에 이르게 된다. 재돌입체의 비행속도는 마하(Mach) 20이다. 종말단계(terminal phase)는 재돌입체가 지구의 수평면과 40-45도 경사각을 이루면서 탄도의 항로를 따라 대기권에 돌입한 뒤에 하강비행을 하면서 지상의 목표물에 도달하는 단계다. 대기권의 높이가 지상에서 약 100 킬로미터이므로 이 단계는 1-2 분 안에 끝나게 된다. 재돌입체가 대기권 안에 돌입하여 하강하기 시작하면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불덩어리가 된다. 사거리 5,500 킬로미터가 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은 물론이고,[4] 사거리 1,000-3,000 킬로미터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edium range ballistic missile, MRBM)과 사거리 3,000-5,500 킬로미터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IRBM)도 모두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입하는 미사일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short-range ballistic missile, SRBM)의 사거리는 1,000 킬로미터 이하다. 로켓 추진체가 초속 7.8 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은 탄도미사일이고, 지구 표면과 수평을 유지하면서 날아가다가 지구 상공의 타원형 궤도를 향해 초속 7.8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진입하면 중력을 벗어나면서 인공위성체를 운반하는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가 된다. 로켓 추진체가 초속 11.2 킬로미터를 넘으면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우주선(spaceship)이 된다. 전술미사일(tactical missile)이란 적의 전함, 항공기, 전차 같은 무력수단을 공격하는 미사일을 말하며, 전략미사일(strategic missile)은 적의 주요도시, 산업시설, 군사기지 같은 전략거점을 공격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핵무기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고 핵무기만 개발하는 나라는 없다. 핵무기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핵폭탄(nuclear bomb)과 핵탄두(nuclear warhead)가 있는데, 핵폭탄을 실어 나르는 전폭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전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더 손쉽고 유리하다. [5] 그러므로 전폭기를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 보유국은 핵탄두를 실어 나를 전략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게가 1 톤이나 나가는 재래식 탄두는 제아무리 고성능 폭발력을 가진 탄두라고 해도 파괴범위가 고작 반지름 50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에는 엄청난 자금, 시간, 기술력이 들어가는데, 파괴범위가 반지름 50 미터밖에 안 되는 파괴력을 가진 재래식 탄두를 발사하기 위해서 그토록 엄청난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에 손을 대는 그런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어느 나라든지 반지름 5 킬로미터가 넘는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다. 북(조선)도 예외가 아니다. 북(조선)이 핵탄두 개발사업(핵폭탄 개발사업이 아니라)과 전략미사일 개발사업을 병행하여 추진하였다는 사실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 일찌감치 밝혀진 바 있다. [6] 대북정책 조정관(당시)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는 1999년 3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의 미사일 문제에 관해 말하면서 "우리는 이 것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그 자체가 핵무기 개발과 병행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 지적했다. [7] 버뮤디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난 30년 동안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 개발사업은 그 나라의 국가철학인 주체사상과 완전히 일치하여 추진되었으며, 그와 더불어 일편단심의 결의를 가지고 전념해왔던 핵무기 개발사업과 완전히 일치하여 추진되었다." 고 설명했다. [8] 그런데 일부 분석가들은 북(조선)이 매우 무겁고 부피가 커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없는 원시적인 핵폭발물을 한 두 개정도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화된 핵탄두는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당시) 케네스 베이컨(Kenneth Bacon)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해설한 내용을 보면, 핵폭발물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로 소형화하는 것은 1-2년 안에 가능하다고 한다. [9]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기술보다 앞섰으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 않는 북(조선)이 아직까지 핵탄두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보는 추정은 크게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국 행정부와 연방의회의 모든 당국자들은 북(조선)이 핵탄두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문제와 관련하여 그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한선은, 북(조선)이 아직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거나 또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개발하였다는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1994년 3월 17일에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국장(당시) 제임스 울시(R. James Woolsey)는 북(조선)이 핵탄두, 화학탄두, 생물학탄두를 장착할 대포동 1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10] 그의 뒤를 이어 중앙정보국 국장이 되었던 존 도이치(John M. Deutch)도 1995년 11월초에 북(조선)이 노동 미사일과 대포동 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 화학탄두, 생물학탄두를 개발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아리송하게 발언한 바 있다. [11] 또한 대북정책 조정관 윌리엄 페리는 1999년 9월 '페리 보고서(Perry Report)'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이 미사일의 탄두부에 장착할 핵무기 한 두 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한 바 있고, [12] 미국 국방부도 북(조선)이 핵무기 4-5개를 만들기에 넉넉한 핵물질을 은밀히 개발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13] 미국인들은 이처럼 한결같이 북(조선)이 핵물질을 확보한 사실만 강조하면서 핵탄두를 보유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서 1998년 7월에 나왔던 '럼스펠드 위원회 보고서(Rumsfeld Commision Report)'는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에 관하여 조금 다른 표현을 사용하였다. 지금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에 임명된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가 의장으로 있었던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원회(The Commision To Assess the Ballistic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는 1998년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조사결과를 정리하여 1998년 7월 15일에 연방상원의 정보위원회에 307쪽에 이르는 장문의 비공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워싱턴에서 흔히 럼스펠드 위원회 보고서라고 불리는 이 보고서는 "북(조선)은 이미 1980년대 후반에 핵물질을 적어도 핵무기 1-2개를 만들 수 있도록 변환(divert)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조선)은 핵무기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데 이 것은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고 지적했다. [14] 이러한 표현은 워싱턴 정가에서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모호하게 표현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North Korea could produce additional nuclear weapons.)" 는 상투적인 표현은 '북(조선)자문단(North Korea Advisory Group)'이 1999년 11월에 미국 연방하원 의장 데니스 해스터트(J. Dennis Hastert)에게 보고한 보고서에서도 나온다. [15] 북(조선)자문단은 1999년 8월 23일 데니스 해스터트가 연방하원 대외관계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Relations) 위원장 벤저민 길먼(Benjamin A. Gilman)에게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조사하여 보고할 자문단을 구성하도록 요청하여 생겨났는데, 이 자문단이 조사보고서를 제출한 때는 1999년 10월 29일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지는 반문은, 미국인들이 북(조선)이 무기급 핵물질(weapons-grade fisionable)[16]을 확보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무기급 핵물질을 오래 전에 보유한 북(조선)이 왜 여태껏 핵탄두를 만들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억지를 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17] 1994년 10월에 채택된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북(조선)의 핵시설을 동결시켰으므로 핵탄두를 만들고 싶었어도 만들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러한 억지주장을 내놓는 것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 사실이다. 첫째, 북(조선)은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던 1994년 10월 이전에 이미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사실이고, 둘째, 제네바 기본합의서는 영변에 있는 민수용 핵시설을 동결시켰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북(조선)이 지금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하고 있는 핵탄두들은 1994년 10월 이후에 제네바 기본합의서의 합의사항을 위배하면서 만들어낸 핵탄두가 아니라, 그 합의서가 채택되기 훨씬 이전에 미국의 정찰위성이 포착하지 못한 군사용 지하 핵시설에서 은밀히 만들어낸 핵탄두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의 해설에 따르면,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공개된 상태이므로 기폭기술(detonation technology)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정제된 플루토늄을 요구되는 양만큼 확보한 시점이 곧 핵무기를 보유한 시점이라고 한다. [18] 무기급으로 정제된 핵물질만 있다면 그 것을 가지고 핵무기를 만드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다.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마치 핵물질만을 보유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까닭은 미국이 북(조선)이 핵무장 국가라는 사실을 정말로 알지 못해서 그러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만일 북(조선)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그 것은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는 사실도 자동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지금 미국은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또 하나의 군사강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 무대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무조건, 극단적으로 혐오하고 있다. 그 군사강국이 미국과 가장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북(조선)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21세기를 사회주의가 없는 세기로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아메리카 제국주의는 '주체혁명의 붉은 기'를 휘날리고 있는 군사강국의 존재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곤경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과 관련된 자세한 논술은 생략한다. 그 문제는 2000년 1월에 발표했던 나의 논문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북(조선)의 대응 핵전략」에서 이미 자세하게 논술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다만 이 글에서는 북(조선)의 전략미사일 개발이 처음부터 핵탄두 개발과 병행하여 진행되었다는 사실과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사업도 핵무기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간고분투와 자력갱생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 한다. 이 글은 2000년 1월에 「세기말의 조·미관계, 세기초의 한(조선)반도 통일정세」라는 총제목 아래 3부작으로 발표하기로 하고 제1부로 나왔던 논문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북(조선)의 대응 핵전략」에 이어 나오는 후속논문으로 작성되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지금 미국의 전략가들을 진퇴양난의 궁지로 몰아넣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다. 페리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북(조선) 정책을 검토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초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관련 사업에서 이룩한 발전", 다시 말해서 "북(조선)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을 획득하는 것, 그리고 그 둘의 배합(핵무기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 이라는 것이다. [19] 페리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그러한 활동(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을 획득하는 활동을 뜻함-옮긴이)은 또한 역내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거스르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미국의 목표는 그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20] 미국의 일부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북(조선)이 앞으로 5년이 지난 뒤에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것이라는 주장이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이 아니면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미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적대국인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북(조선)의 전략미사일에 관하여 말할 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기피하면서 그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모호한 용어만을 쓰고 있다. 페리 보고서의 작성동기는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이었는데, 그 보고서도 예외 없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기피하고 있다.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지배와 약탈을 가장 날카롭게 반대하면서 반제자주위업을 수행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군사강국으로 아시아·태평양의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활개치고 있는 21세기 전략환경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이름 있는 전략가들인 윌리엄 페리와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가 정확하게 지적하였듯이,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군사강국이 되는 것은 세 측면에서 미국에게 치명적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그 것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에 의한 살육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위험성, 일본과 남(한국)의 핵무장을 촉발시킴으로써 역내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 그리고 대량파괴무기 비확산체제를 훼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다. [21] 페리 보고서도 이와 똑같은 내용을 기술하였다. [22] 세계를 제패했다고 떠들고 있는 거대한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동방의 작은 사회주의 나라로부터 그처럼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은, 오대양 육대주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며 지배·약탈을 일삼고 있는 대제국의 위세와 체면이 마구 짓밟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얽혀있는 기묘한 사연들은 바로 그들의 손에 의해서 '영원히 묻어두고 싶은 비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어디까지나 진실이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제국주의 세력이 진실을 제 아무리 '영원히 묻어두고 싶은 비밀'로 만들려 해도 그럴 수는 없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들을 정밀분석함으로써 '제국주의자들의 비밀'을 세상에 밝혀놓으려 한다. 이 것은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밝히기를 그토록 꺼려하면서 이러저러한 거짓 선전을 늘어놓고 있는 가장 민감한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이 던져주고 있는 정치·군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등장했던 모든 제국주의 세력들이 그러했듯이 아메리카 제국주의도 한 가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있다. 그 것은 제국주의 세력과 치열하게 맞서서 사회주의 수호전을 벌이고 있는 북(조선)이 '주체혁명위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쏟아내고 있는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사상, 의지, 열정이다. 반제자주의 길을 가고 있는 북(조선)은 언제나 사상, 의지, 열정의 힘으로, 오직 그 힘으로 자기의 앞길을 열어가고 있기에 자기보다 수 십 배나 강대한 제국주의 세력과 맞선 힘겨운 싸움길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종국에 가서는 기어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제국주의 세력은 자기의 체질 속에 박혀있는 오만방자함 때문에 그러한 역사의 진리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옛날 병서에는 <병불염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사에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고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하여 적을 기만하여야 합니다. 적을 기만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꾀를 써서 적들로 하여금 아군의 기도를 알 수 없게 하고 적을 속여넘긴다는 것을 말합니다. 머리를 써서 적을 감쪽같이 속여넘겨야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의에 타격을 안길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23] 이 인용문은 김정일 총비서의 말이다. 김정일 총비서가 직접 지휘하여 추진해왔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은, 인용문에 나타나있듯이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미국에게 "불의에 타격을 안길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마련"하면서 진행되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하여 김정일 총비서가 택한 전술은 "여러 가지 꾀를 써서" 미국을 "감쪽같이 속여넘"기는 기만전술이었다. 말하자면 병불염사(兵不厭邪)의 기만전술이다. 김정일 총비서는 25년 전에 핵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거창한 사업을 시작했으면서도 미국이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폐·위장하여 결국 미국을 속여넘겼던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이 매우 철저하게 은폐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이 그 동안 개발되어 실전배치된 북(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도 입증된다. 서방세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노동(No Dong)'이니 '대포동(Taepo Dong)'이니 하는 미사일 이름들은 모두 미국인들이 지어낸 가짜 이름이다. 진짜 이름은 북(조선)만 알고 있다. 1994년 2월에 미국의 정찰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이 북(조선)이 모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을 포착하였는데, 그 미사일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미국은 그 발사장이 위치한 옛 지명을 미사일의 이름으로 붙여놓았다.[24] 그 발사장이 있는 곳은 지금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舞水端里)이지만, 예전에는 함경북도 명천군의 노동(蘆洞)과 대포동(大浦洞)이라고 불렀다. 김정일 총비서의 기만전술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미국인들은 북(조선)이 개발한 미사일의 이름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발사장이 자리잡고 있는 지명을, 그 것도 옛 지명을 제멋대로 붙인 가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미국인들은 그들이 1982년 또는 1983년에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는 무수단리에 있는 발사장의 이름도 물론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수단리의 발사장은 1990년대 초까지 확장·보강공사가 계속되었다.[25]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북(조선)이 익명의 발사장에서 익명의 탄도미사일과 익명의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광경을 그저 지켜보아야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2000년 1월 10일 워싱턴에 있는 민간단체인 미국 과학자연합(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이 미국 콜로라도주의 토온튼시에 있는 사기업인 우주영상사(Space Imaging Inc.)가 자체 소유의 정찰위성에서 무수단리의 발사장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받아서 공개하였던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영상자료에는 발사대, 통제소, 추진체 조립시설과 그 시설들을 연결하는 비포장 도로,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계단식 논밖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과학자연합 관계자들은 그 영상자료를 보고 나서 무수단리에 있는 발사장은 상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설비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초라해 보인다고 말했다.[26] 미국의 케네디 우주기지나 러시아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 또는 중국의 우자이 우주기지, 일본의 다네가시마 우주기지나 인도의 샤르 우주기지에 있는 웅장한 시설들이 그곳에도 있겠거니 하고 상상했던 미국인들의 눈에 그 익명의 발사장은 뜻밖에 너무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 것은 북(조선)이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탄도미사일에 관련된 중요한 시설을 땅 속 깊은 곳에 건설해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생산기지들 가운데 일부인 평양시 형제산구역의 '125호 공장'이나 만경대구역의 '약전기계공장'은 이미 1977년에 지하화되었다.[27] 미국 의회조사국(Congresional Research Service)의 아시아문제 연구관 래리 닉쉬(Larry Niksch)는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지하시설을 건축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28] 주한미군사령부는 2000년 상반기에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조선)의 지하군사시설이 모두 12,000 개소라고 밝힌 바 있으며,[29] 남(한국) 정부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땅 속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지하군사시설의 총길이는 547 킬로미터라고 한다.[30] 땅 속에 둘 수 없는 최소한의 설비들만 땅 위에 건설해놓은 병불염사의 전술을 모르는 미국인들의 눈에는 지상의 초라한 설비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병불염사의 전술에 말려든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북(조선)의 군사력에 대해서 별 거 아니라고 과소평가하면서 자기 힘만 믿고 우쭐대는 주관주의의 판단착오에 빠지는 것은 정한 이치다. 김일성 주석은 "원래 정보정치를 하는 제국주의자들에게 주관주의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31] 중앙정보국 출신으로 한때 주한미국대사로 있었고 지금은 뉴욕의 코리아협회(Korea Society) 회장으로 있는 도널드 그레그(Donald P. Gregg)는 북(조선)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북한이 핵무기 한 두 개를 만들면 세계의 종말이 멀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북한은 트럭에서 그 것들을 밀어 떨어뜨리는 정도의 운반능력 밖에 없습니다." 고 말하면서 얕보았던 적이 있다.[32] 1998년 9월 23일 워싱턴에서는 연방상원 군사위원회(Committee on Armed Services)의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는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George J. Tenet), 미국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 국장(당시) 패트릭 휴즈(Patrick M. Hughes)가 출석한 가운데, 두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이 청문회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북(조선)이 광명성 1호를 발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열린 이 비공개 청문회에서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북(조선)이 3단형 로켓 추진체를 발사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실토한 데 있다.[33] 중앙정보국의 전략 및 핵무기 프로그램 담당 국가정보관(National Intelligence Officer for Strategic and Nuclear Programs) 로버트 월폴(Robert D. Walpole)에 따르면, "대포동 1호 미사일이 발사되리라고 예상했었지만 그 것이 3단형 우주발사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는 것이다.[34] 그는 북(조선)이 3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대포동 1호(미국인들은 광명성 1호를 실어 나른 익명의 우주발사체를 대포동 1호라고 부른다.-옮긴이)를 우주발사체로 쏘아 올린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 것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었다고 시인했다.[35] 미국 중앙정보국은 1998년 3월 다른 나라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다. 이 비공개 보고서에서는 북(조선)의 대포동 1호와 2호 미사일이 이르면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실천배치될 것으로 예측하였다.[36] 그러나 북(조선)은 그 보고서가 나온 뒤 불과 다섯 달만에 보란 듯이 광명성 1호를 실은 익명의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림으로써 미국 정보기관의 예측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1993년 2월에 미국 국방부 산하의 전략방위선제기구(Strategic Defense Initiative Organization)가 작성한 보고서 「미국에게 증대되고 있는 탄도미사일 위협(The Emerging Ballistic Missile Threats to the United States)」은 앞으로 10-20년에 이르는 기간에 예측하기 힘든 세 가지 불확실성이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첫째, 미국 정보기관들이 사용하는 정보지표(intelligence indicators)가 때로 모호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확실성이다. 둘째, 몇몇 나라들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의도와 능력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확실성이다. 셋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들과 미국의 정치적 관계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확실성이다.[37]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위의 보고서가 예측했던 내용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사전에 탐지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들이 사용하는 정보지표들이 모호하고 부정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근본목적이 한(조선)반도의 자주화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조·미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위의 보고서가 예측했던 그 때가 채 다가오기도 전에 세 가지 불확실성은 지금 현실로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3) 미국 국가정보회의의 판단착오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탐지하면서 사용해온 정보지표들이 얼마나 모호하고 부정확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관주의의 늪에 빠져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어떠한 판단착오를 저질렀는지를 알아보려면, 지난 시기 미국 정보기관들이 작성한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사업에 관한 정보평가서를 분석해보아야 한다. 공개된 자료들을 분석해보면,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사업에 대해서 감시의 눈초리를 돌리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1992년부터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로버트 월폴에 따르면, 중앙정보국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과정을 추적해왔다고 한다.[38] 중앙정보국 국장(당시)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는 1992년 1월 15일 미국 연방상원 정부문제위원회(Committee on Governmental Affairs)의 청문회에서 증언하면서 "북(조선)의 핵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국가안전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고 지적하였다.[39]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고(또는 안 하고), 경고하는 수준에서 발언하는데 그쳤다. 이듬해인 1993년은 미국의 전략가들이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문제로 온통 떠들썩한 가운데 전쟁위기를 넘겨야 했던 시기였으므로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문제는 그들의 관심사가 정해놓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건은 미국 국가정보회의(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1993년에 작성한 비공개 문건인 국가정보평가서 「전세계적 범위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위협에 관한 전망(Prospects for the Worldwide Development of Ballistic Missile Threats to the Continental United States)」이다. 이 문건은 "현재로서는 오직 중국과 옛 소련에 속해 있었던 독립국가협동체(CIS) 몇 나라의 전략군만이 지상배치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정보분석결과는 앞으로 15년 동안에 그 밖의 다른 나라가 그러한 능력을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고 하면서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 이라는 '낙관론'을 폈다.[40] 국가정보회의는 워싱턴에서 정보집단(the Intelligence Community)을 이루고 있는 중앙정보국, 국방정보국, 국가안전국(National Security Agency) 등 13 개 정부기관의 고위급 정보분석가들과 유력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백악관에서 열리는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는 국가정보회의가 작성하는 국가정보평가서(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에 기초하여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정보회의는 정세를 분석·판단하고 국가안보회의는 정책을 수립·실행하는 것이다. 1994년 3월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북(조선)이 개발하고 있는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000 킬로미터,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3,500 킬로미터라고 주장했다.[41] 이 것은 대포동 1호를 준중거리 미사일로, 대포동 2호를 중거리 미사일로 추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 뒤에 광명성 1호의 발사로 입증되었지만, 미국 정보분석가들의 그러한 추정은 북(조선)의 탄도미사일이 지닌 성능을 대략 4분의 1이나 낮게 평가한 오류였다. 이 글에서 나중에 논증하겠지만, 실제로 대포동 1호는 사거리 9,000-10,000 킬로미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고, 대포동 2호는 사거리 11,000-13,000 킬로미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남(한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정찰위성은 북(조선)이 1994년 6월 14일에 대포동 1호, 2호 미사일에 부착할 로켓엔진을 무수단리의 발사장에서 처음으로 분사시험한 것을 포착하였으며,[42] 미국의 정찰위성이 평양시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소 건물밖에 대포동 1, 2호 미사일이 놓여있는 것을 포착했던 때는 1994년이었다. [43] 로버트 월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1994년에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었다. 첫째, 1994년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이 앞으로 다섯 해 안에(2000년 이전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이다. 월폴은 광명성 1호가 발사된 뒤인 1998년 12월 8일에 강연하는 자리에서 중앙정보국이 1998년 3월에 작성했던 정보보고서에서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이 적어도 10년 전부터(1988년부터라는 뜻임-옮긴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북(조선)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고 곧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44] 둘째, 1994년에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이 2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중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1994년에 시험발사하고 1996년 초에 배치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셋째, 북(조선)이 2단형 로켓 추진체의 성능을 개량하여 만들게 될 대포동 2호는 핵탄두를 미국 본토의 일부지역에까지 실어 나를 수 있고, 1994년 이후 몇 해 안에 시험발사될 것이며 2000년쯤에는 배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이다. 넷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조선)은 1990년대 중반이나 후반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이다.[45] 우리가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위의 분석내용을 읽어보면 판단착오가 더러 눈에 띄지만 완전히 엉뚱한 오판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1994년 당시에는 그러한 분석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3세계의 어떤 나라도 앞으로 15년 안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장된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정보기관의 생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위와 같은 로버트 월폴의 주장에 따르면, 1994년이라는 시점에서 미국 정보기관돎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음을 인정하였으면서도 그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미국 정보기관들의 과소평가는 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보지표를 북(조선)의 특수한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판단착오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다른 나라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평가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사용하였던 정보지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아래의 인용문에 잘 나타나 있다. "어떤 나라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시험발사를 실시하는 경우, 우리는 그들이 개발사업을 끝내기 이전에 최소한 5년이라는 경고기간을 확보한다. 우리는 그들의 개발사업이 끝나기 7-15년 전에, 그리고 최초의 시험발사를 실시하기 2-10년 전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의 지표들, 특히 추진체와 관련된 개발노력들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46] 국방정보국 국장(당시) 제임스 클래퍼 2세(James R. Clapper, Jr.)는 1995년 1월 17일 미국 연방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사거리 500-1,000 킬로미터 또는 그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거기에 대량파괴무기 탄두(화학탄두, 생물학탄두, 핵탄두를 포함하여)를 장착하는 능력을 보유한 나라들을 우리는 21세기초에 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47] 국방정보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들이 5년 뒤인 2000년쯤에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성 예측을 내놓았지만, 그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그냥 '여러 나라들'이라고만 표현하였다. 그런데 1995년에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비공개 정보평가서는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능력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미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정보평가서는 북(조선)이 2000년까지 배치하게 될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의 사거리가 약 7,500 킬로미터가 될 것인데, 탄두무게를 줄일 경우 약 10,000 킬로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으므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언론보도는 미국 국방부의 탄도미사일 방어기구(Ballistic Missile Defense Organization)가 제시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대포동 2호의 타격범위는 미국 본토의 서부해안지역은 물론 애리조나주, 콜로라도주, 캔서스주에 있는 주요도시들을 포함하며 중부지역의 대도시 시카고 부근까지 포함할 것이라는 사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였다.[48] 당시 미국 언론은 1995년에 나온 "국방정보국의 발표문은, 대포동 2호에 관한 언론계의 보도내용들은 사실이며, 북(조선)이 그러한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미국의 국익과 동북아지역의 이익에 대한 도전을 촉발시키는 새로운 차원을 열게 될 것"이라고 해설하였다.[49] 1995년 6월에 미국 의회조사국은 「다른 나라의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전력(Ballistic and Cruise Missile Forces of Foreign Countries)」이라는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는 대외정책 및 국방문제 분석가 로버트 슈이(Robert Shuey)가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기존의 핵무장국인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이외에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브라질, 인도, 이탈리아, 이스라엘, 독일, 일본,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1990년대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할 수 있는 나라들이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조짐은 없으며, 북(조선)은 대포동 2호를 포함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정확하게 표현하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50] 그 무렵 중앙정보국에서도 북(조선)이 21세기초에 미국 본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영토의 변방지역인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클래퍼의 발언과는 거의 1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있지만, 1996년 2월 22일에 중앙정보국장(당시) 존 도이치가 연방상원 정보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 on Intelligence)에 나가서 보고한 내용에서도 미국 정보기관들이 거의 같은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51]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당시) 로버트 아인혼(Robert J. Einhorn)은 1997년 10월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북(조선)은 1996년 10월에 노동 미사일 또는 다단형(multistage)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고 준비하였다가 그만두었으므로 대포동 1호의 시험발사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52] 그렇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은 한결같이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주관주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제104차 연방의회에서는 1996년 회계연도의 국가방위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1996)을 심의하였는데, 공화당이 제출했던 이 법안에는 2003년까지 국가미사일방어체계(National Missile Defense)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중앙정보국은 1995년 12월 1일 연방상원에 보낸 의견서에서 국가미사일방어체계 설치를 반대하였다. 중앙정보국이 반대했던 까닭은, 중앙정보국은 앞으로 15년 안에는 기존의 주요 핵강국들(the major declared nuclear powers) 이외에 그 어떤 나라도 미국 본토와 캐나다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국가정보회의의 정보평가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정보회의 의장 리처드 쿠퍼(Richard Cooper)는 1996년 2월 28일에 연방하원 국가안보위원회(Committee on National Security)의 청문회에 국가정보평가서 「향후 15년 동안의 북미주에 대한 미사일 위협(Emerging Missile Threats to North America During the Next 15 Years)」을 제출하였다.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 처음으로 작성된 이 국가정보평가서는 원래 1993년에 작성했던 것을 1995년 11월에 다시 작성한 개정판이다. 이 정보평가서는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인데,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을 적대하고 있는 제3세계 나라들 가운데 북(조선)은 가장 발달된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조선)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가운데 하나인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4,000-6,000 킬로미터로 평가되고 있다. 6,000 킬로미터의 사거리는 알래스카 일부와 하와이 제도의 서부를 타격하기에 충분하다. 북(조선)은 사거리가 더 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 같지는 않다.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제들, 특히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과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새로운 추진체, 성능이 개량된 유도장치와 제어장치를 개발하고 시험발사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평양이 그러한 개발사업을 시작했다거나 시작하려 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북(조선)의 추진체 개발사업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53] 그런데 그 국가정보평가서에 대해서 워싱턴의 일부 분석가들은 그 것이 정치적 의도로 작성되었다고 의심하면서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너무 간단히 처리하였다고 비판하였다.[54] 당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었던 연방의회도 국가정보평가서가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수준을 과소평가하였다고 비판하면서 1996년 회계연도의 국가방위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1995년 12월 28일 미국 대통령(당시) 윌리엄 클린턴(William J. Clinton)은 이 국가방위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였는데, 그 것은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가 앞으로 15년 안에는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국가정보회의의 정보평가서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6년에 와서도 미국 정보기관들은 "공인된 핵강국들 이외에 다른 어떤 나라도 앞으로 15년 안에는 미국 본토의 48개 주와 캐나다를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15년 낙관설'을 논하고 있었다.[55] 중앙정보국 국장 존 도이치는 1996년 2월 22일 연방상원 정보특별위원회에서 "평양은 가까운 장래에 배치할 수 있는, 사거리 1,000 킬로미터의 노동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알래스카에 도달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은 아직 개발 중인데, 21세기초에나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56] 미국 국방부가 1996년 4월 11일에 발표했던 전세계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관한 보고서도 북(조선)이 사거리 1,000 킬로미터의 노동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사거리 1,500 킬로미터와 4,000 킬로미터의 대포동 1호, 2호 미사일을 설계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57] 일본의 『지지통신』이 1996년 3월 24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방정보국이 1995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한 「북(조선) 군사력 기초」라는 보고서는 중거리 미사일 노동이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았으며 대포동 미사일은 설계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58] 1996년 12월 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냈던 로버트 게이츠가 의장으로 있는 중앙정보국의 조사반은 1995년의 국가정보평가서를 다시 검토하고 나서 2010년 이전에는 제3세계의 어떤 나라도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며, 심지어 외부로부터 전자장비와 기술을 지원 받음으로써 1995년의 국가정보평가서에서 지적한 상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해도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59] 대체로 이러한 '낙관론'이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외부에 내놓고 있었던 공통된 견해였다. 1998년 5월 연방상원이 '미국 미사일 보호법안(American Missile Protection Act of 1998)'을 채택하려고 하였을 때,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는 1995년에 나왔던 국가정보평가서를 거론하면서 이 법안의 통과를 반대하였다. 이처럼 국가안보회의가 연방의회의 국가방어미사일체계 설치안을 계속 반대하자, 연방의회에서는 공화당 세력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으로 탄도미사일 위협문제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럼스펠드 위원회 보고서'는 요약된 내용만이 공개되었는데, 거기서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하여 지적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커드형을 기반으로 하여 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발달된 개발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외부의 도움을 받을 경우 약 5년 안에 사거리 5,500 킬로미터 이상이 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자문관(당시) 존 홀럼(John Holum)은 1999년 11월 9일 워싱턴의 외신기자센터에서 열린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관한 설명회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1999년에 추정한 바에 따르면, 북(조선)은 10-15년이 아니라 아마도 5년 안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60] 둘째, 북(조선)은 대포동 2호 탄도미사일을 매우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체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파악할 수 없으나 탄도미사일의 생산기반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준비되기만 하면 여섯 달 안에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 셋째, 북(조선)은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경우 신속하게 배치할 것이다. 넷째, 미국은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를 사전에 파악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대포동 2호 미사일은 알래스카 전역과 하와이 제도의 서부지역을 사거리 안에 둘 것이다. 여섯째, 대포동 2호의 탄두를 경량화하면 10,000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으며, 애리조나주의 수도 피닉스, 위스콘신주의 수도 매디슨까지 도달하는 범위에 있는 미국 본토의 중서부지역까지 위협할 것이다. 일곱째, 대포동 2호의 성능을 개량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시험발사도 한 차례 더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덟째,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노동 미사일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서 매우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에 비춰보면, 그들은 대포동 2호가 배치되는 것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61]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약 4년 동안에 발표된 중앙정보국 정보평가서들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관점과 태도가 처음에는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나가다가 1998년 9월 이후에는 갑자기 바뀌면서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국가안보 문제를 좌우하는 초점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미국 정보기관의 대북 인식은 1998년 8월 31일에 있었던 광명성 1호 발사를 전환점으로 하여 이전의 북(조선)과 그 이후의 북(조선)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것은 미국 국가정보회의가 광명성 1호 발사 이후의 북(조선)을 러시아, 중국과 함께 미국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실체라고 인식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1997년 2월 5일에 발표된 중앙정보국의 보고서는 북(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동북아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파악하면서 이란과 이라크의 재래식 무력 문제와 함께 다루었다. 이 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북(조선)의 위협이란 군사분계선 부근에 배치되어 서울과 주한미군 기지를 위협하고 있는 대구경 장거리포와 단거리 지대지 전술미사일에 국한되어 있다. 대량파괴무기 확산 문제를 언급한 대목에서도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라는 나라이름은 나와도 북(조선)은 거론하지 않았다. 지역분쟁에 관련해서도 중동, 남아시아, 보스니아, 에게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식량난으로 인한 '붕괴 가능성' 따위였다.[62] 그 무렵 미국 국가정보회의는 북(조선)이 식량난으로 곧 붕괴할 것이라는 판단착오에 빠져있었으므로 북(조선)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무엇을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1998년 1월 28일에 발표된 중앙정보국의 보고서는 냉전체제가 무너진 뒤에도 여전히 미국에 대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이라크, 북(조선), 리비아, 시리아, 이란, 이라크라고 지목하면서 특히 이란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이 보고서가 1997년에 나왔던 보고서와 크게 다른 점은 북(조선)의 미사일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분석방향은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문제가 아니라 북(조선)이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에 관련된 장비, 재료,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여전히 북(조선)에 대한 인식은 식량난과 붕괴 가능성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63]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약 4년 동안에 발표된 중앙정보국 보고서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 것은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와 관련된 것이다. 1998년 8월 31일 북(조선)이 광명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과시하였으므로, 1999년 2월 9일에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이 연방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지 테닛의 보고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북(조선)은 미국 본토까지 커다란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차세대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대포동 1호 3단형 미사일을 지난 8월에 발사한 것은, 몇 가지 중요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비록 정확도는 좀 떨어지지만 매우 작은 탄두를 대륙간 사거리까지 다시 말해서 미국의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사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북(조선)은 커다란 탄두를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작은 탄두를 미국 본토에 운반할 수 있는, 더 진보된 2단형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개발하고 있다."[64] 더구나 그 보고서는 앞으로 대포동 2호의 개발이 끝나면 그 것은 3단형 로켓 추진체가 아니라 2단형 로켓 추진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량급 탄두는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경량급 탄두는 미국 본토의 일부에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는 로버트 월폴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2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대포동 2호는 수백 킬로그램의 탄두를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실어 나를 수 있으며 그보다 무게를 줄인 탄두는 미국 본토의 중서부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재확인하였다.[65] 이러한 주장은 1999년 4월 29일에도 미국 연방정부 관련기관들 사이에서 그대로 되풀이되면서 아예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하다.[66] 다만 월폴의 주장과 테닛의 주장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월폴이 3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대포동 2호가 수백 킬로그램의 탄두를 미국 전역에 실어 나를 수 있음을 인정하였던 반면에 테닛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67] 여기서 우리는 미국 정보기관이 이치에 닿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광명성 1호를 지구궤도에 실어 날랐던 익명의 우주발사체가 3단형 로켓 추진체였으므로, 북(조선)은 이미 3단형 로켓 추진체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되었는데도, 중앙정보국은 여전히 북(조선)이 2단형 로켓 추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억지주장만 되풀이하였다. 왜 그랬을까? 중앙정보국이 그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는 까닭은 북(조선)이 3단형 로켓 추진체를 개발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축소·은폐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북(조선)은 3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우주발사체의 탄두부에 소형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실어 지구궤도에 쏘아 올림으로써 3단형 로켓 추진체 개발을 이미 끝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operationally deployed)는 사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과시하였다. 만일 북(조선)이 3단형 로켓 추진체를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인공위성부터 성급하게 먼저 발사하면서 미국을 심히 자극하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북(조선)이 절박하게 요구해왔던 것은 인공위성이 아니라 대륙간 탄도미사일이었다. 북(조선)이 추구했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은 3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었고,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무력수단, 곧 3단형 로켓 추진체로 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1998년 10월부터 2000년 초에 나온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평가서들은 미국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등장한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관하여 가장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이다. 그런데 광명성 1호가 발사된 직후인 1998년 10월에 중앙정보국이 광명성 1호에 관하여 발표했던 '개정 비망록(updated memorandum)'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흥미로운 자료는 아마도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분석·평가한 문건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확한 정보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확한 정보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은 차마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성 1호가 발사되기 이전까지 미국 정보기관들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만일 북(조선)이 아직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그 이전과 이후의 다른 정보평가서들은 모두 공개하면서 유독 광명성 1호 발사 직후에 광명성 1호에 관련하여 자기들이 작성한 정보평가서만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북(조선)은 아직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기존의 평가내용을 그대로 다시 내놓으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들은 기존의 평가내용을 다시 내놓을 수 없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의 광명성 1호가 발사된 직후에 그에 관한 정보자료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끝내고 실전배치하였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조선)이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재검토해야 했다. 이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1999년 9월 9일 국가정보회의가 작성했던 비공개 문건인 국가정보평가서 「앞으로 2015년까지의 외국의 미사일 개발과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Foreign Missile Develpoments and the Ballistic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 Through 2015)」이다. 이 중요한 문건은 1995년에 나왔던 국가정보평가서의 개정판이다. 1999년도 개정판이 1995년도 기존판과 다른 점은 대개 세 가지로 정리되는데, 그 것은 제3세계 나라들이 우주발사체 개발기술을 가지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내는 위험성, 다른 나라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도입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위험성, 그리고 해상발사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위험성이다.[68] 1999년도 개정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국가정보회의가 미국은 앞으로 15년 동안 러시아, 중국, 북(조선)으로부터 대륙간 탄도미사일 위협을 받게 될 것임을 '처음으로' 시인하였다는 사실이다.[69] '15년 낙관설'이 '15년 비관설'로 뒤바뀐 것이다. 국가정보회의가 작성한 국가정보평가서는 언제나 비공개로 처리되고 있는데, 1999년도 개정판 정보평가서의 일부 내용은 1999년 9월 16일에 로버트 월폴이 연방상원의 대외관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겨있다. 그 보고서가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하여 지적한 대목에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중요한 점이 눈에 띈다. 첫째, 북(조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전쟁수단이라기 보다는 전쟁억지(deterrence of war)와 압박외교(coercive diplomacy)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무기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것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조선)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치·외교적 측면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에 대한 협상에서 압력을 넣으려는 목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유력한 외교방책을 북(조선)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던 의회조사국 연구관 래리 닉쉬의 분석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70] 럼스펠드 위원회 보고서가 "새로 등장하는 강대국들은 탄도미사일이 매우 효과적인 전쟁억지의 무기이며 동시에 미국을 포함하는 적대세력들을 강제하고 위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분석이었다.[71] 1999년 8월 18일 당시 평양에서 취재하고 있었던 미국 씨엔엔(CNN) 방송의 마이크 치노이(Mike Chinoy)는 "북(조선)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외교적 양보와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하였다.[72] 둘째, 북(조선)은 광명성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익명의 우주발사체(미국인들이 대포동 1호라고 부르는 3단형 로켓 추진체)를 변환하여 경량급 탄두(생화학탄두)를 미국에까지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북(조선)은 수백 킬로그램의 탄두(초기 형태의 핵탄두)를 미국에까지 운반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대포동 2호)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넷째, 거의 모든 분석가들은 북(조선)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지연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73] 이 것은 2000년 2월 2일 연방상원 정보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북(조선)은 올해(2000년을 뜻함-옮긴이)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 데,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미국에 실어 나를 수 있다."고 밝혔던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의 증언에서도 확인되었다.[74] 로버트 월폴은 2000년 2월 9일 연방상원의 국제안보, 대량파괴무기확산 및 연방업무 소위원회(Senate Subcommittee on International Security, Proliferation, and Federal Services)에 제출한 보고서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대포동 2호는 아무 때나 시험발사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고 전제하면서 "3단형 대포동 2호는 수백 킬로그램의 탄두를 미국 전역에 실어 나를 수 있다."고 밝혔다.[75] 이 것은 북(조선)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증언으로 해석된다. 지금 미국 정보기관들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비록 공개적으로 시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 총비서가 명령하면 언제라도 자기들의 머리 위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회의 의장 존 개넌(John C. Gannon)은 2000년 2월 1일에 강연하는 자리에서 "1998년 8월에 있었던 북(조선)의 대포동 1호 시험발사는 북(조선)의 능력이 사거리 5,500 킬로미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문턱을 넘어섰음을 과시하였다."고 하면서, 북(조선)이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앞으로 15년 동안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였다.[76]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조선)이 러시아와 중국의 뒤를 이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제3의 군사강국으로 등장하였음을 미국 국가정보회의가 사실상 인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옛 소련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군사강국으로 등장했던 해는 1959년이었고, 중국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군사강국으로 등장했던 해는 1981년이었다. 그리고 20세기말에 이르러 미국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제3의 군사강국으로 등장하는 광경을 경악과 충격 속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연방하원들로 구성된 북(조선)자문단의 보고서가 "북(조선)은 러시아와 중국과 더불어 가장 심각한 미사일 확산위협을 가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평가였다.[77] 그런데 워싱턴의 일부 분석가들은 북(조선)이 2002년에 가서야 미국의 변방(알래스카와 하와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게 될 것이고, 2004년 안에 미국의 서부해안과 다른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과소평가설을 여전히 내놓고 있다.[78] 이처럼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견해는 정보가 부족하여 생겨난 오판이 아니면, 정치적 의도로 각색된 것이다. 그러한 과소평가설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주장하고 있는 '2004년 배치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후반기에 나온 중앙정보국의 정보분석을 살펴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관심사는 2000년 2월 2일에 발표된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의 보고서를 끝으로 그 초점이 상당히 희미해지고, 그 대신 2000년 9월부터는 이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79] 2000년 9월 이후에 발표된 중앙정보국 보고서들에 나타난 대로, 2000년 후반부터 미국 정보기관의 주된 관심사가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에서부터 이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로 옮겨갔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하여 이란이 북(조선)보다 미국을 더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뜻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럼스펠드 위원회 보고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기반은 북(조선)의 그 것보다 더 정교하다."고 과대평가하였지만, 이란은 러시아와 북(조선)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과 물품을 사들이고 있는 수입국이며, 핵무기도 보유하지 못한 비핵국이다.[80] 이란은 노동 1호 미사일의 변형으로 알려진 사거리 1,300 킬로미터의 탄도미사일 '샤하브(Shahab)3'을 1998년 7월에 시험발사하였고, '샤하브4'라는 이름을 가진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로켓 추진체의 연소실험을 1999년 2월에 실행하는 수준에 와있는 나라다.[81] 1995년의 국가정보평가서에서도 "이란은 경제적 자원과 기술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 해도 2010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낮게 평가한 바 있다.[82] 그에 비해 북(조선)은 이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개발을 끝내고 실전배치한 수준에 와있는 나라다. 그런데 왜 중앙정보국은 2000년 하반기에 북(조선)을 외면하고 이란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일까? 이 것은 중앙정보국이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정보자료를 더 이상 공개적으로 내놓을 수 없는 상태에까지 밀려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종래의 정보분석을 내놓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관한 미국의 주된 관심은 정보기관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제3의 군사강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느냐 하는 정치·외교적 차원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구 곳곳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한다고 우쭐대던 미국 국가정보회의는 북(조선)을 과소평가하는 주관주의의 늪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북(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안 알아채지 못하였고, 결국 판단착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더 중대한 점은 그 판단착오가 북·미 관계에서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패배를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4) 북(조선) 탄도미사일 개발사를 바라보는 관점 조셉 버뮤디즈가 진행하였던 북(조선)의 탄도미사일에 관한 연구는 1999년 11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주(洲) 몬트레이시(市)에 있는 몬트레이 국제연구원(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산하의 비확산문제 연구소(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사(A History of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 in the DPRK)』에 연대기로 기술되어 있다. 이 자료가 가지는 의의는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의 독자성을 '일정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일정하게'라는 말을 덧붙이는 까닭은 그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북(조선)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하여 중국과 옛 소련의 기술지원에 의존하였다는 근거 없는 억측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정부, 군부, 언론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져 있는 재일동포 군사평론가인 조·미 평화연구소(Center for Korean-American Peace)의 김명철 소장은 북(조선)이 1970년대에 옛 소련에게 탄도미사일 제조기술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했음을 지적하였으며, 중국의 기술지원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83] 이 것은 북(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이 독자적으로 추진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른 측면을 보면, 버뮤디즈의 연구성과에 드러나 있는 한계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 그는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능력만을 인정하였을 뿐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북(조선)은 어디까지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잠재적 보유국으로 분류된다. 둘째, 그는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