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발생한 호텔 연쇄 자폭테러 사건의 범인이 13일 요르단 국영 TV에 나와 범행 과정을 자백했다. 사지다 알 리샤위(35)라는 이라크 출신의 이 여성은 범행 도중 자폭에 실패하자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요르단 당국에 체포됐다. 남편과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는 알 리샤위는 거사 당일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인 래디슨 SAS 호텔로 향한다. 남편 알리 후세인 알리 알 샤마리(35)는 이미 동료 테러리스트 두 명에게 다른 호텔 두 곳을 공격 장소로 지정해 준 뒤였다. “남편은 자기 허리에 폭탄 벨트 하나를 차고 내 허리에도 벨트를 채워주었다. 그리고는 뇌관을 어떻게 폭발시키는지 벨트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중략…) 우리는 호텔에 도착한 뒤 호텔 내 서로 다른 구석지역으로 다가갔다.” TV에 나온 리샤위는 범행 때 사용한 폭탄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나왔다. 범행 당시 벨트엔 TNT 5~10㎏과 볼 베어링(쇠구슬)이 들어 있었다. TNT 폭발시 비산(飛散)할 쇠구슬은 인명피해를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공격 장소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던 호텔 연회장. 연회장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하객 수백명이 붐비고 있었다. “당시 벨트에 들어있는 폭약을 터뜨리려 했지만 터지지 않았다. 나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리샤위가 연회장에서 폭약을 터뜨리려 안간힘을 쓰자, 남편은 그녀를 밖으로 밀어냈다. 자신이 폭약을 터뜨리기 전에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요르단 당국은 설명했다. 리샤위가 연회장을 빠져나간 뒤 남편은 자폭했다. 리샤위 부부 등 테러범 4명은 범행 나흘 전인 지난 5일 승용차를 타고 이라크에서 요르단으로 넘어왔다. 모두 위조 여권을 사용했다. 승용차에는 이들 외에 운전기사와 여행객 1명이 동승했다. 리샤위는 “국경을 넘은 뒤 남편이 모든 것을 준비했다”며, 자신은 준비 과정을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호텔 3곳에서 벌인 연쇄 자폭테러는 57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테러범 중 생존자는 리샤위뿐. 리샤위는 범행 후 암만시 서쪽 교외의 한 가옥에 숨어있다가 체포됐다. 리샤위의 자백을 TV 뉴스로 시청한 아랍권 주민들은 폭탄 벨트를 두른 그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의 자백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폭탄 벨트를 입혀주는 것이 이슬람 정서에 맞지 않으며, 리샤위의 자백 표정도 테러범치고는 너무 태연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