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느려도 한국형 발사체 공들이는 까닭은 '위성 주권'

레뮈로(프랑스) | 김기범 기자 입력 2018.06.10. 21:01 

[경향신문] ㆍ세계 최대 발사체 제조업체 ‘아리안스페이스’ 가보니

세계 최대 우주 발사체 제조기업 아리안스페이스 소속의 과학자들이 차세대 로켓인 아리안6에 사용될 벌캐인2.1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아리안 로켓, 한국도 이용해와 민간기업들 진출에 시장 커져 “발사비용 절반으로” 기술 혁신 한국, 시험 발사체 10월 발사 우리 조건에 맞춘 운영 위해 2021년 독자 기술 확보 목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문한 프랑스 파리 북서쪽의 소도시 레뮈로의 아리안스페이스 발사체


조립동은 이 업체의 주력 로켓인 아리안5의 조립과 차세대 로켓인 아리안6의 조립시설을 마련하


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 기아나로 출발할 날이 머지않은 아리안 로


켓은 조립이 완료되지 않아 1단, 2단, 3단으로 나뉜 상태임에도 각각 5~6층 높이에 달하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립이 완료되면 총길이가 55m로, 무게 4~5t의 대형 인공위성 2개를 지구궤도


에 올려놓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닌 로켓임을 실감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세계 최대 발사체 제조업체인 아리안스페이스는 1980년 설립 이래 세계 발사체 시장의 절반가량


을 점유하는 다국적 우주개발업체다. 한국의 인공위성 대다수 역시 아리안 로켓에 실려 우주공


간에 안착했다. ‘혹시 눈앞의 이 로켓이 한국의 천리안 2A호 위성을 발사할 로켓인가’ 묻자 줄리


안 워틀레 홍보실장대행은 “그 로켓은 이미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 기아나로 떠난 상태”라고 답


했다. 무진동 트럭에 실려 센강까지 이동한 뒤 강과 바다를 건넌 다음, 지구 자전 속도가 가장 빠


른 적도에 위치한 기아나 쿠루 우주센터에서 지구 탈출을 하게 되는 게 이곳 로켓의 운명이다. 지


난달 말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궤도 환경 적응 시험을 마친 천리안 2A호는 마지막 전자파 시


험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쯤 아리안스페이스와의 협의를 거쳐 발사 날짜를 정하게 된다.


워틀레 실장은 “아리안6부터는 발사비용을 현재 아리안5의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했다. 그만큼 상업용 위성 발사 업계는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다. 2013년까지 아리안스페이스 회장을 맡았던 장 이브 르 갈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원


(CNES) 원장은 우주산업 관련 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리안5의 발사비용


이 약 1억유로(약 1264억원)이며 아리안6의 발사비용을 7000만유로(약 885억원)가량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의 민간 우주벤처기업 스페이스X의 등장은 아리안스페이스를 포함해 우주 강국의 정


부와 기업들만이 과점해온 ‘그들만의 리그’를 바꿔놓았다. 스페이스X는 기존 발사비용의 10분의


1로 위성 발사를 하겠다면서 재활용 가능한 발사체의 개발에 나섰고, 실제로 2015년에는 1단 로


켓의 재활용에 성공한 바 있다.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유다.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려 지구 관측을 하려는 수요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서도 높아지면서 소형 위성 발사 시장도 확대


되고 있다. 이는 아리안스페이스가 아리안6 발사체부터 소형 위성 여러 개를 한꺼번에 쏘아올리


는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수의 중소형 위성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한번에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첨단기술이 실용화되는 시기에 한국이 이보다 낮은 수준의 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능으로 비교하면 2021년 한국이 발사하려는 한국형


발사체는 아리안5가 탑재할 수 있는 중량의 7분의 1가량인 1.5t만을 쏘아올릴 수 있다. 아리안5가


정지궤도까지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것에 비해 한국형 발사체는 저궤도까지가 한계다. 한국


의 우주개발계획이 성공한다 해도 2030년 목표치조차 아리안5에 미치지 못하는 소형 발사체 수


준에 불과하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100㎏급 과학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발사체였다.



게다가 아리안스페이스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시장을 선점한 기업, 기관들 때문에 한국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해도 저개발국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리는 쪽으로 재미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


로 전망된다. 일본, 중국, 인도처럼 한국보다 먼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들조차 안전성과 신


뢰성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독자 발사체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발사체 기술이 없으면 자국이 원


하는 때에 필요한 위성을 쏘아올리는 ‘위성 주권’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확보되더


라도 발사체 기술을 가진 국가나 기업에 손을 벌려야만 발사가 가능하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하


다. 올해 11~12월쯤 발사할 예정인 기상위성 천리안 2A호 역시 아리안5 발사체를 통해 지구궤도


로 올라가게 된다.

프랑스 파리 북서쪽 소도시 레뮈로에 있는 아리안스페이스사의 아리안5 로켓 조립 현장.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2021년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의 독자 기술 확보의 첫 관문은 올 10월로 다가온 시험


발사체 발사다. 시험발사체는 3단으로 구성된 한국형 발사체의 2단에 해당하며 75t급 액체엔진의


성능 검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시험발사체에는 한국형 발사체에 쓰일 엔진 1기가 장착되며


실제 비행을 통해 엔진 성능을 확인하게 된다.



발사체 기술에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한국은 인공위성 분야에서만큼은 자체 기술력


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발사한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호 이후 과학기술·다목적·천


리안 위성 등 다수의 위성을 쏘아올리면서 꾸준히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하고, 자체 기술력을 높


여온 까닭이다. 세계 최대 인공위성 제작기업인 에어버스 디펜스앤드스페이스의 장 미셸 통신위


성 프로그램 책임자는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 발전은 매우 인상적인 수준”이라며 “짧은 시간 동


안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위성 개발을 위한 모든 것들을 빠르게 습득해나가고 있다”고 평


가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자국의 선진 위성 기술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정책 개발 등을 일관되


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발사체·정지궤도위성이란?

■ 발사체

흔히 로켓이라 불리는 발사체는 우주 임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위성체를 우주

궤도에 투입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우주 수송수단이다.

발사체는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목적인 정지궤도 위성, 저궤도 위성 등을 탑재하는 최상

단부와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하는 엔진부, 추진제 저장을 위한 탱크부, 추진

제를 엔진으로 공급하는 각종 밸브류, 발사체의 ‘두뇌’로서 원하는 방향·자세로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제어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진국들은 각각 독자적인 우주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어 원

하는 시점에 필요한 위성 및 우주탐사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 미국은 SLS, 유럽은 Ariane6, 일본

은 H-3 로켓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1993년 1단형 과학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1997년 2단

형 과학로켓을 발사했고, 2002년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인 KSR-III에 이어 2013년에는 100

㎏급의 과학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저궤도 발사체인 나로호(KSLV-I) 발사에 성공

한 바 있다. 현재는 1.5t급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2021년 발

사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 정지궤도 위성

인공위성은 궤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도 수백㎞에서 약 2000㎞ 궤도 사이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을 저궤도 위성 또는 극궤도·경사궤도 위성이라고 부른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

서 지구를 선회하는 저궤도 위성은 전 지구 관측이 가능하며 주로 지구탐사 위성으로 사용된다.

정지궤도 위성은 적도 상공 약 3만5786㎞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는 위성이다. 지

구와 같은 속도로 지구 궤도를 선회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기에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는 의미에서 정지궤도 위성이라고 부른다. 특정지역의 통신, 방송중계, 기상관측 등 임무 수행에

적합해 주로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으로 활용된다. 한국이 올해 11월 또는 12월쯤 발사할 예정인

기상관측 목적의 천리안 2A 위성과 2019년 발사할 예정인 환경·해양 관측 목적의 천리안 2B 위성

은 정지궤도 위성에 속한다.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사이에 위치한 궤도를 도는 위성을 중궤도

위성이라 부른다. 주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송수신을 위한 위성이다.


<레뮈로(프랑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