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서 또 3명… 강원서만 최근 2주새 11명 숨져 '충격'

강원 정선과 횡성에 이어 16일 인제에서도 남녀 3명이 승용차 안에서 화덕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 최근 2주 동안 강원지역에서만 동반자살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 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만나 동일한 방법으로 동반자살을 감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만 이를 차단하기 위한 단속과 제재 수단은 미미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오전 9시10분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리의 한 휴게소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지모(47?속초)씨와 이모(29?전남 여수), 또 다른 이모(21?여?경남 양산)씨 등 남녀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 뒷좌석에는 화덕에서 연탄이 타고 있었고, 차량 안팎에는 청테이프로 밀폐돼 연탄가스 냄새가 가득한 것으로 미뤄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만나 연탄불을 피워놓고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동반자살 방법은 지난 8일과 15일 강원 정선과 횡성에서 발생한 동반자살 사건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온라인 공간에서 알게 된 뒤 승용차를 이용해 강원도로 이동해 연탄불을 피우고 동반자살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자살 모의와 모방 자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살 관련 온라인 유해사이트 모니터링 기관인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자살 유해사이트 신고 건수는 2007년 491건에서 2008년 76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이달 현재까지 이미 267건이 신고돼 인터넷 검색만 하면 얼마든지 자살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무런 제재 없이 명백한 '자살 사이트' 개설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설정해 자살 사이트는 물론이고 카페나 블로그 개설이 거의 불가능해졌음에도 지식검색 같은 방법을 통한 자살 모의는 더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이날 현재 네이버 지식 검색을 통해 '죽는 방법'을 주제어로 입력하면 무려 8만2604건의 글이 화면에 뜬다. 죽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달린 답변 글에는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같이 죽고 싶으니 연락처를 쪽지로 남겨달라는 식의 대답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살사이트 개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결과 직접적인 형태의 '자살 사이트'는 사실상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쪽지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살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동반자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 유해 사이트 관련 모니터링을 하는 기관들은 수법 자체가 교묘해져 모니터링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살 관련 정보 심의현황을 보면 심의 건수는 2007년 870건에서 2008년 189건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 사이트에 시정을 요구한 건수도 806건에서 99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자살 관련 정보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법이 교묘해지고 은밀해져 잡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통위 불법정보심의팀의 한 관계자는 "통계만 보면 자살 관련 심의 건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쪽지나 이메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등 수법이 지능적이어서 모니터링하기 어려워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포털업체 스스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김희주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은 "포털이 1차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정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동반자살과 더불어 '모방 자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유명 탤런트가 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한 이후 동일한 방법을 이용한 동반자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자살 방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동일한 방법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러한 모방 자살과 동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자살 관련 정보의 유통 경로를 철저하게 파악해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은?장원주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