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겪어서 전 터널만 지나가면 그 때의 기억이 나는데요 

이야기를 한 번 드려볼까 해서 글을 씁니다.

 

중딩 때 부터 친구인 놈과 사는 곳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청도라는 물 좋은 곳에 밤루어낚시를 갔었습니다.

둘 다 뭐 만날 사람도 엄꼬~ 남자끼리 술 먹는거 말고는 할 일이 없다보니

날씨가 좋은 날엔 자주 출조를 나가게 되더라구요.

 

딱히 정가지 않는 놈이지만 그래도 친구라꼬 둘이서 조용~~한 물가에 서 있으면

기분이 참 편안해지면서, 내가 이 좋은 날씨에 뭐하는 짓인가 하는 한숨이 나면서,

기분이 참 드럽지요잉;;  

 

시간이 제법 흘러

"밤이슬도 내리고 고기도 안나오고 어이~걍 삼겹에 쏘주 한 잔하러 철수~"

하고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차에 올랐습니다.

 

오는 길은 고속도로로 이용~

십여분쯤 달렸을까요... 터널이 보이더군요 

터널을 지나는 시간만큼은 드런놈과 드라이브 중이지만서도

조명이 은은~한 것이 참 좋거든요~

그래서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서른이 넘어선 후 계절이 바뀌는 시간처럼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붉은 조명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려고 하고 있는데~

 

저~~만치 앞에 전혀 익숙치 않은 광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꿈뻑 꿈뻑~  저거시 뭐시냐?? 저 차들 눕 은 거 냐??"

 

"헛;; 누운거 맞따~~~~!!!;;"

 

"야 시아라 시아라!! 아!! 아이다 아이다 아이다

 일단 저 차보다 지나서 시아라...

 새벽이라 뒷차들 오만상 밟고 올낀데 쳐박히면 

 우리까지 다 죽는다잉 더 고고"

 

그렇게 들눕은 차에서 50M 가량 지나 차를 세운 후

친구놈은 트렁크에서 비상 삼각대를 떼어내고 ,

전 뒤에 오는 차량에 언제 2차 사고가 날지 몰라 사고난 곳으로 냅따 뛰었습니다.

 

차량 앞쪽이 2차선을 보고 뒤집혀 있었고 지나면서 보지 못했었는데

운전자 분이 조수석쪽에 나와서 앉아 계시더군요 그 것도 차에 바짝 붙어서;;

다른 차가 와서 받아 버리면 바로 깔려버리는 그런 그림이였습니다.

 

달려가면서 목이 터져라 소릴 질렀습니다.


"아가씨!!!! 나와요!!! 얼른 나와요!!! 클납니다아~!!"

 

그랬더니 절 힐끔 보시고는 눈만 깜빡깜빡 하시데요;;

 

"아 답답해;; 야이 가시나야 말 쫌 들어라 

거 있따 죽는다 안카나 빨나온나꼬~!!"

라고 욱하는 심정에 외치고 싶었습니다만 금새 도착해서;;;

 

터널 입구 쪽을 보니 새벽이라 그런지 들어오는 차는 보이지 않아

일단 운전자분께

"어디 다치신데 없으요?? 안에 딴 사람 없으요??" 하니

"괜찮아요 저 혼자에요"  하셔서 얼른 통행로 위로 모셨습니다.

 

주저 앉아 계셔서 일으키느라 뒤에서 양팔뚝?!을 잡았는데

이건 뭐 완전 사시나무 떨듯 떨고 계시더군요;;

 

그 동안 친구놈 삼각대를 들고 뛰어 터널 입구 쪽에 설치한 다음,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뒷차에 열심히 수신호를 하라고 했습니다.

 

안전지대로 대피하고 운자분과의 대화

 

"신고는 하셨어예?"

"아뇨 정신이 없어서..."

"그람 제가 112에 신고하께요 아가씨는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보이소"

"저...몸만 빠져 나와서 구두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그제서야 여성분이 맨발에 민소매차림이란게 보이데요...

 

"앞에 다 있지예??"

하고 차로 갔습니다.

 



차가 이렇게 누워 있어서 운전자분은 그나마 살짝 들려 있는 조수석으로

빠져 나오셨더라구요.  운전석쪽은 찌그러져 문이 안열리는 상황...

 

조수석 문짝도 조금밖에 안열려서 무방비로 나와 있던 제 배를 힘껏 집어넣고

(다이어트 중입니다;;)

상체만 안으로 집어 넣었더니 차 안은 완전 아수라장이더군요;;

 

영수증, 휴지통, 옷가지, 수첩 뭐 그런 것들이 차 지붕에 널려있는 상황

여기저기 뒤져 겨우 구두와 휴대폰과 백을 찾아 나오면서 운전자분께 괜히 답답한 맘에

 

"딴 차하고 박히면 우짤라고 차에 그래 앉아 있었으요...클나구로;"

 

"...차를 어떻게 치우나...그 생각 밖에 안나서...고민 중이였어요..."

 

"  눼?? 렉카가 와야 치울 수 있으요...안전벨트는 하싰는가봐예...

우야다 사고가..."

 

"부산에서 회식하고 올라오는 길인데 너무 피곤했나봐요 깜빡 잠이..."

 

"추우실테이께네 저~ 앞에 저희 차에 드가시가꼬 보험회사캉

델러오실 만한 분께 연락함 해보이소"

 

"보험회사 모르겠어요..."

 

"그람 델러 오실만한 분께 연락해보이소"

 

하고는 저희 차에 앉혀 드리고 사고난 차 들어가서 등록증이며 보험영수증을

뒤졌는데 없더라구요 걍 112에 사고난 위치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수습 차량이 올 때까지 혹시나 몰라서 운전자분 차에 있던 디카로 사고 현장 촬영을

했습니다.

 

스키드 마크를 보니 깜빡 졸면서 1차선 벽쪽으로 붙자 놀라 우측으로 틀었고,

또 왼쪽으로 휙~ 틀었다가 좌측 연석을 밟고~ 튀어 올라 벽을 타고 날아가~

뒤집혀서 떨어진 다음 두어바퀴 돌면서 정지한 상황;;

베트카 말고도 벽을 타는 차가 있었다는거;;;;;;;;;;

 

렉카차 1등~!! 고속도록 순찰대와 경찰차까지도 오고나서 운전자 분과 함께

경찰분께 사고 경위 등을 설명 드리고, 사고 수습하는 방법과 보호자분과 만날 곳을

확인한 후에 차에 태워 보내고, 저희도 철수를 했습니다.

 

차량 수습할 동안 몇 몇 분들도 도와 주시고, 순찰대원 분들이 먼~앞쪽까지

안전 팬스을 세우셔서 2차 사고는 나지 않았네요.

 

그 와중에 운전자분께서 연락 꼭 해달라고 명함을 주고 가셨는데

꼭 대가를 바라는거 같아 연락 드리진 못했네요..괜찮으신지 궁금하긴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친구놈이 제게 하는 말

"야이 자슥아 여자라꼬 나를 언제 받힐지 모르는 위험지역에 세아놓고

니는 여자챙기고 이 드러븐놈아...썩을 놈 ㅜㅜ

남자라캐도 니가 그래 뜃긋나"

이러더군요

 

남자 운전자였다 하더라도 전 분명 양팔을 잡고 안아주진 않았을겁니다;;;;;;;;아하하;;;;

너무 떨고 계셔서 걍 살짝 한 쪽 어깨가 닿을 정도로 아주 살짝 닿을락말락

안아드렸습니다;;; 그냥;;; 어느 곳이건 기대셔야할 상황인거 같아서;;;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나면 뒷차가 와서 다시 받아버리는

2차 사고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차에서 내리는데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일단 빠져나오셔서 차에서 좀 떨어지시고

또 안전하다면 후방 100미터 이상 내려오시고 안전지대에서

뒤차에게 주의를 하라는 수신호를 해주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친구놈 핸드폰에 촬영된게 있었는데 저장하지 않고 폰교체를 했다네요;;

아쉽구로...

그리하야 포토샵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어 볼라다가 배가 고파서

그림판으로 후딱 칠하고 이해하시기 쉽게 그림 좀 올렸습니다.

 

여튼 좋기만한 경험은 아니지만 살면서 한 번 겪을까 말까한 경험이라

얘길해봤네요 ^^

만약 물고기가 잘 잡혀서 조금만 더 하고 돌아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