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가거도서 보충 연료 날라오는 사이 부상자 숨져
전남소방본부 "단순 왕복에도 연료 빠듯..근본대책 필요"
(광주=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서해 상 외딴 섬으로 부상자를 구조하러 갔던 소방 헬기가 육지로 되돌아올 연료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보충 연료를 육지에서 날라오는 사이에 부상자가 숨진 사실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4일 전남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모 중학교 교사 A(51.여)씨는 지난달 23일 산악회원들과 함께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있는 회룡산을 찾았다가 오전 9시20분께 산 정상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119 신고를 받은 도 소방본부는 구조 헬기를 급파, 추락한 A씨를 찾아 나섰지만 절벽 아래 우거진 숲과 난기류 등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원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 A씨를 구조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A씨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해야 하는 헬기는 뜰 수 없었다. 육지까지 날아갈 연료가 부족한 탓이었다.

출동한 구조대는 어쩔 수 없이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귀항에 필요한 연료를 건네주고 환자를 대신 후송해달라"며 `SOS'를 보냈다.

하지만 목포에서 항공유 100ℓ를 싣고 출발한 해경 헬기가 오후 1시20분께 가거도에 도착했지만 때는 늦었다. 가거도 보건진료소 관계자는 "사망 여부를 단정할 순 없지만 A씨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멎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도 소방본부가 난처해졌다. 구조 작업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연료가 바닥난 `불가항력'의 상황이었고 구조한 부상자 역시 회생 가능성이 작았지만 후송이 1시간가량 지체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또 신속히 후송된다면 회생 가능한 부상자가 있을 경우에도 추가 연료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난제로 대두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608ℓ 들이 연료통과 100ℓ 들이 보조 연료통을 가득 채워도 분당 평균 4.3ℓ가량의 연료 효율에 비춰보면 왕복 170분이 걸린 비행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며 "회생 가능한 부상자가 있다면 중간 기착지에서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A씨의 사고는 매우 안타깝지만 바다 위에서 헬기가 멈춰버리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진다고 해도 손 쓸 방도가 없다. 낙도 지역에 항공유를 비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