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김영진 기자(yjkim@e-today.co.kr)

현대자동차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 이전이나 확장, 직원 채용을 제한하고 밀어내기식 판매를 강요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현대차 대리점을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목표를 본사가 정해주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일명 '밀어내기'를 통해 실제 판매는 못했지만 판매한 것처럼 속여 출고한 뒤 고객에게는 갓 출고된 신차인 것처럼 속여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리점들은 과도한 밀어내기식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마감일에 임박해 다른 사람 명의로 차를 우선 출고해 이를 보관했다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선출고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감 때만 되면 1일 판매량 급등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9월 중 현대차의 일일 평균 판매량은 마감일 이틀 전까지는 1000여대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가 마감 하루 전에는 1350여대, 마감 당일에는 2150여대 등으로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에 대한 이같은 밀어내기식 판매 방식이 비단 현대차에만, 또 대리점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대리점이나 영업소 형태로 영업을 하지만 현대차는 직영점과 대리점 비율이 반반이다. 현대차 직영점에도 밀어내기 판매목표가 할당되지만 대리점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직영점 직원은 거의 100% 노조에 가입돼 있어 기본급에 수당이 주어지고 기본급은 거의 매년 오른다. 거기에 학자금 지원도 나오기 때문에 일년에 차를 한 대도 못 팔아도 4000만원 연봉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대리점들은 영업사원 채용시나 대리점 위치 이동시에 본사 지시를 따르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 과정에서 판매영업 노조가 본사에 이를 허용해줘야 가능하도록 돼 있다.

즉 직영점과 노조는 본사 소속 직원이며 자동차 판매에서 대리점과 사실상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리점 사원 확대에 제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본사의 대리점 지원 역시 대리점 개설시 상담테이블이나 간판 정도를 제작해주고 임대비용 일부를 저리로 대출해 주는 게 거의 전부라는 게 대리점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판매영업노조의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직영점에 개선을 지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본사에서 직접 채용돼 영업을 하는 사람과 스스로 영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찾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같은 대우를 바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현대차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대리점들에게 과도한 판매목표를 부과해 놓고 매월, 매분기별로 실적을 평가해 부진한 대리점들에게 경고장 발송, 자구계획서 요구, 재계약 거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가했다"라고 적시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하다"며 "지금처럼 차를 대신 팔아 주고 수수료만 챙기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회사의 차량을 자유롭게 팔 수 있는 '자동차 양판점' 문화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멈출 수 없는 우월적 지위의 유혹?

이같은 현상은 현대차그룹의 독과점적 지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1월 현대차(48.4%), 기아차(35.2%)를 합한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수입차 제외)은 83.6%에 달해 독과점 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대리점 매장 이전과 확장, 직원 채용을 제한하고 밀어내기식 판매를 강요하는 등 독과점적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판매시장의 불완전성이 있겠지만 현대차는 기아차와 합쳐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추정하게 돼 있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4월16일 대리점 이전이나 확장 제한과 직원 채용 제한에 대해서 패소 판결을, 밀어내기식 판매 강요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 남용' 지적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라는 것은 회사가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그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은 아직 재판 계류 중이라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회사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며 입장 표명을 꺼렸다.